[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증시 `트리플 서프라이즈`…주가상승 왜 더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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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포문을 연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11.9%로 발표됐다.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싱가포르도 13.1% 성장,14년 만에 최대 성과를 기록했다. 아직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인도와 인도네시아도 각각 7.5%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의외의 높은 성장률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그 중에서 우리경제가 가장 돋보인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이달 말 발표될 1분기 성장률이 7.5%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의 예상치인 7.0%를 뛰어넘을 뿐 아니라 한 민간 경제연구소가 추정한 잠재성장률 3.8%의 두 배에 가까운 '깜짝 성장(growth surprise)'이다.
이 때문에 주요 금융사와 예측기관들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올려 잡기에 분주하다. 이미 일부 투자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6%대 초반까지 상향 조정했다. 전통적인 목표인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전망해 오던 한국은행도 당초 4.6%에서 5.2%로 0.6%포인트 높여 잡았다. 이례적인 일이다.
미시적인 측면에서 1분기 어닝 시즌을 맞아 속속 발표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예상외로 좋게 나오고 있다. 실적 관련 기관들의 자료를 보면 작년 1분기에 비해 평균 30% 웃돌 것이라는 예측이다. 통계 기법상 작년 1분기 중 안 좋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깜짝 실적(earning surprise)'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
위기 극복 초기에 전형적인 모습대로 기업별로는 명암이 엇갈리고 있지만 우리경제에 상징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좋게 나와 체감적으로 와 닿는 실적 개선폭은 크게 느껴진다. 기업가 정신과 혁신DNA 등으로 무장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대처,승자독식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결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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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높고 한국을 보수적으로 평가해온 미국의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위기 이전보다 강화된 재정 건전성을 들이대 다른 국가들은 '잔물결 효과'로 신용 등급상 어려움을 겪는 속에 우리만 올라 더 눈에 띄는 '깜짝 평가(evaluation surprise)'다
우리경제가 이처럼 성장과 실적,평가면에서 '트리플 서프라이즈'라 불릴 만큼 좋은 결과를 얻는 데에는 정부의 위기대처법이 주효했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이 따랐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성과는 국민들의 몫이다. 특히 증시에선 주가가 많이 올라 국내투자자들의 재산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올 3월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무려 9조원 이상을 순매수한 반면,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은 펀드를 환매하고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감안하면 이들이 2월 말 이후 더이상 사지 않은 상황에서 환매나 팔지만 않았더라면 코스피지수는 이미 1900선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에도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규모의 두 배에 가까운 돈을 벌어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반해 일부 국내 개인투자자와 기관들은 주가가 오를 때마다 반복됐던 비관론에 젖어 오히려 주식을 내다팔아 손해를 봤다. 위기 극복에 많은 희생과 노력을 한 국민이 누려야 할 몫을 외국인이 가져간 셈으로 정반대 상황이 됐더라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시기였다.
증시는 그 어느 시장보다 위기일 때일수록 투자자들이 '긍정의 힘'을 발휘할 경우 이에 따른 외부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시장이다. 부실기업만 아니라면 어려울 때 주식을 사줘야 부가가치 창출의 주역인 기업을 살려 성장률이 높아지고 국민은 재산이 늘어나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기업실적,평가에 이어 투자자의 심리까지 의외로 크게 개선되는 '쿼드러플 서프라이즈'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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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18 17:40 / 수정: 2010-04-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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