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유럽발 주가 하락…藥인가, 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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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여건에 관계 없이 위기 극복 초기에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종료되면 경기는 완만하게 상승하는 것이 증시 입장에서는 오히려 바람직하다. 특히 이번처럼 대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비상대책을 추진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성급한 출구전략 논쟁을 줄이고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1분기 성장률이 너무 높게 나오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출구전략 논쟁이 거세졌다. 심지어는 금리인상 시기가 늦었다는 시각까지 나왔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위기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실체 이상으로 위기를 느낀다. 과연 어떤 안전판이 이 위기를 완충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다.
대부분의 예측기관이 올해 성장률을 올려 잡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자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증폭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때 고질적인 비관론이 고개를 들면 이전까지 기대 수준이 높았던 투자자들은 이에 영합하게 되고 일부 투자자들은 심리적 공황에 해당하는 패닉 상태에 쉽게 빠져든다.
엄밀히 따져보면 이번 주가하락폭은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100포인트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비관론자들은 리먼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예측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는 상황에서 '더블 딥' 시각까지 제기했다.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했던 것도 이 대목이다.
이때 증시와 경기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민간과 투자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국가에 의해 주도된 위기 극복의 힘이 정책적으로 소진될 때 경기와 증시가 계속 회복되기 위해서는 민간이 이어받을 수 있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돼야 한다.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유는 1분기처럼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면 이 고리가 형성되고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에 출구전략과 금리인상론이 고개를 들 정도로 정책적으로 비우호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을 고비로 지원자금 7500억유로 가운데 독일분의 집행이 확정되고,1990년대 후반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정적자 감축방안으로 효과를 봤던 '예비기금(rainy day fund)'과 '페이 고(pay-go) 원칙' 등 새로운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는 성격상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극복까지 오래 걸릴수 밖에 없다.
앞으로도 다른 위기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분기 성장률이 높더라도 성급하게 출구전략과 금리인상을 추진하면 1930년대 대공황,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같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유럽 재정위기는 성급한 출구전략 논쟁과 금리인상론을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금리인상을 내년 이후로 넘기는 등 추진해 왔던 비상대책을 계속 이어갈 뜻을 비쳤다. 올 들어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해 대내외 증시를 어렵게 했던 중국도 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경기부양 대책 마련을 계속 추진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했다.
앞으로 남은 금융위기 과제를 완전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위기 극복 3단계론으로 볼 때 지금은 국가가 관장하는 유동성 위기만 끝내고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마련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6부 능선을 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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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도 이런 시각에 쉽게 영합하는 '인포데믹'현상을 피하는 것이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는 길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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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23 17:12 / 수정: 2010-05-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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