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완식의 화랑가 산책] 마음이 편해지는 그림<세계일보>
- 입력 2010.06.14 (월) 17:10, 수정 2010.06.14 (월)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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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완식의 화랑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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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번잡하게 돌아갈수록 컬렉터들은 차분한 그림을 찾는다. 요즘 한국 화랑가의 풍경이 그렇다. 몇 개월 새 두드러진 현상이라는 게 화랑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산만한 화려함보다 심플함을 주는 그림이 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신적 안정을 희구하고 있다는 증표다. 최근 들어 치유를 화두로 한 그림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재미작가 김희숙은 12세기 수녀 힐데가르트 폰 빙엔(Hildegard von Bingen)의 ‘치유‘를 화폭에 풀어내고 있는 작가다. 서울 전시(23일까지 담갤러리)를 위해 귀국한 그를 우연히 서울 인사동에서 마주쳤다.
◇김희숙의 ‘데비자데로’.
힘든 산행길의 거친 호흡들은 천의 색채가 되어 작품 속으로 들어왔다. 눈의 백색은 때론 작가의 팔레트가 됐다. 겨울 나무, 마른 풀, 야생 동물들의 발자취, 나는 새, 공기와 하늘 이 모든 것들은 영적인 환상으로 다가왔다. 힐데가르트 폰 빙엔이 수백 년 전에 보았던 비전처럼. 영감이 물밀듯 밀려와서는 작품이 완성되자 곧 사라져버리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런 과정속에서 김희숙은 자신도 모르게 그동안의 정신적 아픔이 말끔히 사라졌다. 인디언들이 신성시하는 타오스산에서 그는 약초 잎과 정신적 위안이 됐던 한국 전통문양의 형상을 화폭의 배경으로 깔기도 했다. 그 위에 명상을 통해 얻어진 붓질도 가미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의 그림을 마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다. 미술관이나 전시장이 교회를 대신할 시대도 머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예술의 궁극적 목적도 치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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