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재테크 혼돈기 `소피아·와타나베부인` 왜 뜨나
하나는 유로화 가치가 상징성이 큰 유로당 1.20달러 선이 무너진 점이다. 그동안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미국과 16개 유로랜드 회원국 간 경제 규모상 적정 수준인 1.30달러 선이 깨진 충격 속에서도 1.20달러 이하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묵시적인 합의와 지지선이 있었다. 이번에 이 선이 무너짐에 따라 심리적 충격은 의외로 클 수 있다. 또 하나는 헝가리도 재정위기에 봉착한 점이다. 지금까지 유럽 재정위기가 남유럽 국가들이 중심이었으나 헝가리를 매개로 동유럽 국가로 전염되거나 이런 우려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유럽 국가들은 외환위기로 홍역을 치른 후 IMF(국제통화기금)의 지원 등으로 어렵게 극복하고 있는 과정이라 재정위기까지 겹치면 상시적인 위기 국면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유로화의 앞날은 더 비관적이다. 이제는 유로화 환율이 출범 당시 등가 수준인 '1유로=1달러' 선마저 붕괴될 것이라는 데 빠르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갈수록 유로랜드 회원국을 중심으로 각종 국제금융 협상에서 유로화 앞날에 대한 논의가 '붕괴설' 방지 쪽으로 모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는 상황 속에 다른 한편에서는 유로 캐리 자금을 주도하는 '소피아 부인'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그 배경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들어 국제자금 흐름에서 이들이 부각되는 이유는 캐리 자금의 이론적 근거인 피셔의 자금이동설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각국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이 이론은 'm=rd-(re+e)'로 요약된다. 이때 m은 자금 유입 규모,rd는 투자대상국 수익률,re는 차입국 금리,e는 환율변동분을 의미한다. 즉 투자대상국 수익률이 환율을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을 경우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빌려 투자대상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 투자대상국과 자금 차입국 간 금리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로화 가치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특정국에 국한된 종전 통화위기와 달리 유로화 위기는 통합국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또 유럽 재정위기와 앞으로 본격화할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더 내리거나 양적완화 정책 등과 같은 비상 대책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피아 부인에 이어 엔 캐리 자금을 주도해온 '와타나베 부인'의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 나오토 신임 일본 총리는 전임자인 하토야마 총리 시절 와타나베 부인들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던 엔화 강세정책을 시장에 맡기는 쪽으로 수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일본경제 여건을 감안한다면 엔화는 점진적으로 약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관마다 다소 다르긴 하지만 올해 일본경제 성장률은 1%대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경제는 잠재수준을 뛰어넘는 3%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각국이 자금의 경제 여건에 맞게 '차별화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경우 각종 캐리자금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은 지금보다 더 성숙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구전략을 앞서 추진하는 국가와 각종 위기에 휩싸이는 국가들은 당분간 비상대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금리차와 환차익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흔히 요즘 국내 재테크 시장을 '카오스(chaos · 혼돈)'의 시대라 부른다. 지난 4월 이후 주식 관련 상품을 비롯한 각종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정체 상태다. 은행들의 예 · 적금은 물가수준을 감안한다면 대부분 마이너스다. 부동산 시장도 위기설이 나돌 만큼 침체다. 이럴 때 소피아 부인 등이 어디에 투자하는가를 유심히 살펴보면 좋은 투자대안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에도 대비해 놓아야 한다. 작년 3월 초 위기설이 나돌 만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스미스 부인'들이 주도하는 달러 캐리자금이 유입돼 주가가 의외로 많이 올랐다. 지금은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과정 속에 앞길이 안 보이지만 어느 순간에 최악의 상황만 지나면 유럽계 자금이탈 등으로 생긴 저가 메리트와 환차익을 겨냥해 소피아 부인과 와타나베 부인이 주도하는 각종 캐리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재테크 '카오스' 시대…돌파구 어디서 찾을까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유럽발 주가 하락…藥인가, 毒인가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제2 키코 사태' 오나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각국 증시에 확산될 '중국형 출구전략 고민'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증시 '트리플 서프라이즈'…주가상승 왜 더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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