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나희덕 시인이 꾸민 시집과 서문 시를 읽고서..

눌재상주사랑 2008. 9. 29. 02:05

 

 얼마전  시집 한 권을 구입하였으나 읽지 않고 얼마 동안을 책꽂이에 꽂아 둔 채 먼지만 맞히다 오늘 아침에서야 비로소  첫 장을 열어본다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라는 제목으로 머리말을 저자가 쓰고 책의 내용은

시집이다 보니 각 시마다  시에 대한 소회를 설명한 것이지만
그 머리말을 적은 시가 너무 아름다와

'참으로 간결하고 매끄러운 문체의 시로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꾸미는 정성도 남다르다는 느낌을 주었다.
전편이 아침의 노래를 적은 시로 40수 후편이 저녁의 시를 모아 편집을 한 듯  

또한 40수 그 시들이 작가가
평소 애송하며 아끼던 작품만을 또 자기가 좋아하던 작가들의 시 만을 모아
이 전후의 시를 흡사 노래와 시로써 수를 놓듯 비교하며  배열한 채
머리말에서 은유적인 한 편의 시로 써서 풀어 쓴 방법은

역시 작가가 책을 하나 독자들에게 소개함에도
작가 특유의 정성과 솜씨가 담겨서 드러난다

 내용에 수록된 시들 또한 만만한 것들이 아니다
그 시 한 편 한 편이 내면의 세계를 헤엄치 듯 아니 어쩌면 호흡하 듯이
꾸며놓은 점이나 한편의 시마다 작가가 덧붙인 정다운  해설의 언어들이
부글부글 끓는 솥에 수제비를 뚝뚝 떼어넣고서는 김이 슬슬 올라오는 속에다 덤으로 호박을 채썰어

도마를 쓸며 밀어넣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구수하고 정답다
심지어는 책의 쪽수를 나타내는  방법에서도 쪽마다 기재하지 않고

양면의 쪽을  1쪽과 2쪽인 경우 2쪽 우측 상단에 흡사 수학서에 무슨 분수를 표시하듯

그 분자 자리에는 앞 쪽숫자를 01 이라하고

분모 자리에는 2쪽 숫자를 02 라 하여 우측 상단에 두쪽을 동시에 표시하는 등의

재치도 재미있어 보인다
 예전 학창시절 책 갈피에 은행잎을 끼워 수집하던 한 여학생의 취미 작업을 엿보는 듯
정겨운 손길이 어느 하나 빈틈없이 책 하나에 고스란히 담아서 편집한 흔적과 내면을
들여다보며 나는 어느덧 나시인에게 빠져든다
가을의 초입에서 펼처 든 시집하나 바로 나 희덕
그 이름에 손색없는 작업을 거쳐 펴낸 모습을 지켜보며.......
머리말에 실린 시를 읽으면서 가을이 깊어가는 시간에 잠겨본다

 

머리말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아침의 노래가 날숨이라면

저녁의 시는 들숨입니다

아침의 노래가 썰물이라면

저녁의 시는 밀물입니다

아침의 노래가 문을 여는 손이라면

저녁의 시는 문을 닫는 손입니다

아침의 노래가 거미줄에 맺힌 이슬이라면

저녁의 시는 지평선에 걸린 노을입니다

아침의 노래가 날아오르는 새들이라면

저녁의 시는 내려앉는 나비들입니다

아침의 노래가 무릎을 일으켜 세워준다면

저녁의 시는 등을 가만히 쓰다듬어줍니다

아침의 노래가 세계의 개진이라면

저녁의 시는 대지의 은폐입니다

 

그러나 아침의 노래는 어느새 저녁의 시로 번져 있고

져녁의 시는 아침의 노래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수많은 아침과 저녁을 지나왔지만

아직도 아침과 저녁 사이 그의 얼굴을 알지 못합니다

 

평생을 시를 노래하고 써온 작가이지만 그 시의 실체를 가닥잡지 못해하는

시인들의  시에 대한 선문답같은 화두를 일생을 두고
다루어 오면서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을 토로하지만 이면에 시에 대한

작가의 편력이 은근히 베어나  언제인지 부턴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시세계에 무젖어 벌써 그 시를 이렇게 누에가 실을 뽑듯

자유 자재하게 구사하고 있으니 
이미 나시인은 경지를 넘어선 시인인 것 같다
이 시를 책갈피 뒷표지에 거듭 실어 책을 손에 잡으면

노래를 읊조리 듯 시를 웅얼 댈 수 있게 끔 하고
전면 책갈피는 자그마한 그림이 한 컷 아침과 저녁을 담아내려는 듯

태양의 빛깔인 황토와 주홍의 담담한 색채를
사각의 도상에 삽화로서 처리하여 세계의 개진이

열리 듯 막 기지개를 켜는 듯한 장면은

시가 이 그림의 어딘가에 응축되어 있는것같다.

책에 실린 시들과 뭇 시의 조형적 모색이라도 나타내려는 시도가 아닌지

물론 책내용으로 이루는 시들도 주옥같은
한 편 한 편의 시들로서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다

 

입속에 넣고서 혼자서 나지막히 읊조려 본다

다가온 가을의 빛살 무늬 물결을 탐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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