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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2)-연하천 대피소

눌재상주사랑 2008. 11. 25. 09:28

 반야봉을 돌아서 삼도봉에 도달한다.경북에도 전북의 무주와 충북의 영동을 경계로 한 연유로 김천시 부항면에 가면 삼도봉이 있다. 이 산 또한 백두대간에 있는 산이니 백두대간에서 삼도를 경계로 삼아 삼도봉이란 이름을 한 동명 이처의 두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오늘 이곳에 와서 알게 된 것이다.
 

 놋쇠 성분의 누런 금속 삼각뿔이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삼도가 만나는 지점을 찾아 경계를 표시해 놓은 곳이다. 이 금속봉 삼각 꼭지점을 손바닥에 만지면 행정 구역 상의 전남과 전북, 경남 삼남 지역을 한 손바닥에 쥐게 해주는 관념의 만족감을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한 손에 주려는 공원측의 아이디어인 것같다 .곰곰 생각해보니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발상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 곳에 오기 조금전 임걸령쪽에서 저 아래 구례와 하동이나 남해를 경계 짓는 듯한 골짜구니 아래 구비구비 산모롱이를 돌아 나가며 눈부신 섬진강이 바라다 보이던 한 장면을 연상하며 참으로 큰 산이란 생각이 든다

  먼 계곡 끝에 화엄사가 있는 산골의 큰 절 대웅전등이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산,각황전을 금당으로 정하였던가? 처마가 여늬 절보다 우람하고 커서 추녀마다 네귀에 육모 기둥으로 활대를 세운 우람한 가람터가 점으로만 보이는 피아골을 안고 있는 산인 것이다. 우리들이 사는 내륙 깊은 곳에서는 피아골 뱀사골 말로만 듣던 그 피아골의 평화스런 경치를 만끽할 수 있도록 일부러 나무를 다듬어 만든 전망대를 사람하나 들어설 수 있도록 뚜껑없는 원두막처럼 만들어 놓은 곳이 무척이나 평화로와 보여 잠시나마 머물러서 시선을 멀리 남쪽으로 두고 이리저리 관망하며 방금 지나온 기억이 아직 잊혀지질 않지만, 이동하며 또 이동하는 행간에 긴 산의 능선은 누워서 끝없이 우리에게 오히려 고행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조금전 지나온 삼도봉을 통해 산이 산행꾼을 전북에서 경남으로 경남에서 전남으로 대간 마루금 능선의 한 줄기 그 길에서도 이리저리 이동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그래서인지 상상하는 회억 끝에서 문득 몇 해전 내가 살고 있는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화북의 우복동을 찾아 들어가던 기억이 떠오른다. 

 상주 사람이 화북의 우복동을 찾아 가려면 산 자락에서 부터 눈 앞에 우뚝 솟아 있는 문경시와 상주시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청화산 산세를 치켜다 보며  계곡의 물 위에 걸린 작은 다리를 건너 도로를 따라 가야한다.콘크리트 포장길을 불과 100~150여 미터 걸어가서 다리를 하나 넘어서면 콘크리트 포장된 도로가 끝나며 아스콘 포장 도로로 바뀌면서 문경쪽 도로와 다리가 된다, 연이어 또 다리 하나를 넘어서면 상주쪽  도로가 되며 콘그리트 포장 도로를 밟아야한다.참으로 이웃한 두 행정 관서가 서로 한가지 자재로 시공하자고  합의점을 거쳐 시공하면 아무일없이 무난한 도로가 될 일을 이렇게 코믹한 연출을 한 것으로 보아도 한국 사회의 구태 의연한 탁상행정 실태을 한 눈에 알 수있는 예의 경험이 떠울랐다.어쨌던 재미있었던 일은  도로가 불과 1킬로미터 남짓한 구간을 구비져 흐르는 개천을 두 시의 경계로 삼다보니 이처럼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봄을 맞아 일찍 핀 산수유 노란 꽃무리에 취해서 당시 늘티 재를 찾아 나선 적이 생각난다. 백두 대간 본령이 청화산의 산세를 맺은 아래 구릉에 동쪽으로 용유천을 품고서는 마주하는 도장산이 우뚝하던곳에 모습에 멈춰서던 청화산 자락의 구릉은 일찌기 택리지를 지은 휘조 이중환이 복치형국과 우복형국의 동네를 지칭하던 곳을 차로 드라이브를 하며 느낀 그 감정이 머리 속에서 새롭다.하지만 1500m의 구름 위에서 걷는 지금의 기분과는 비교할 수 없을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을 함께 한다. 그 당시는 당시대로 외지에서 손님만 오면 상주 산세를 보여주며 자랑하며 상주의 산수에  자부하던 일을 오늘 이곳에 와서는 속리산이나 청화산은 왜소하다고 느끼고 있으니 한편 자연의 외경에 대한 숨길 수 없는 감회라고 표현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나래를 펴는 동안에도 발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산 속의 평원을 이루고있는 화개평전에 도달한다. 산에는 날카롭고 삐죽한 봉우리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하늘에 가까운 산 위에다 넓은 평원을 준비할 수 도있구나. 마치 경외스런 신전이나 영혼의 안식처에 든 듯한 편안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양지 바른 들녘에라도 나온 듯한 넉넉함으로 우리 일행을 사로 잡아 버리는 순간이다. 하늘은 여름 하늘처럼 맑은 하늘색 그대로
푸른 하늘이 내려와 있는 그 곳에 흰 구름은 간간이 산에 걸려 바람따라 거니는 그 평화스런 광경 조금전 그늘쪽에서 극성스레 굴며 바람을 날리며 차가운 이면이 매섭더니 갑자기 변신해서 화평한 햇살에 덮힌 평원은 어찌보면 산의 능청스러운 다른 모습을 엿보는 듯 하다.

 

 이곳은 예전  물물 교환을 하던 장소란다.이 해발 1500 m가 넘는 산간에서 무슨 물물교환? 상상이 안된다. 아마 구례쪽과 남원이나 함양쪽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물물 교환을 했다는 걸까.그때는 무슨 물건이 필요했을까 어떤 물건을 건네주고 받았을까 혹시 남해쪽의 어물과 내륙쪽의 피륙등을 등짐에 지고 이 깊은 산속을 오르내렸을까 아님 무엇을 교환했을까 내심 일어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조선조 후반 쯤에 까지 이어오던 일이 아니었을까. 끝없이 생각이 물고 물어 간다. 삼남三南의 풍부한 물산을 안고 사는 민초들이 우뚝 막아선 이 산을 통해 물산뿐 만 아니라 막혀있던 소식과 반가운 물건을 두고 그야말로 산상의 인사를 주고 받았을 화개평전.오늘은 그저 말없이 평온하기만하다

 

 이제 시장기가 온몸에 전해온다. 시간은 벌써 12시를 조금 넘긴다.가지고 온 간식으로 서로 나누어 먹은  과자 귤 초콜릿 곳감등이 뱃속에서 눈녹듯 금방 삭아 없어졌나보다. 산행은 왕성한 식욕으로 본능을 표현하는 운동인가보다. 아마 가장 순수하게 아무 생각없이 몸의 신진대사를 신호삼아 잘 받아들이는 곳이
산행에 나선 시간 동안이 아닐까. 어느듯  오르고 내리길 몇차례 토끼봉을 넘으며 이제 다음 연하천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간다고한다.이제 날씨도 오후에 접어들며 봉우리의 내륙 쪽면을 돌며 산행할 때엔 바람결이 매섭다.따슨 국물생각이 간절하다.이 마음은 나 뿐 아니라 전 회원이 아마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한 차례 눈이 지나간 겨울산은 눈이 오지 않을 때에도 산의 이면엔 언제나 눈을 덮고 산다. 또한 내리막을 향해서 가는 여정에 위에서 내려다보며 그늘진 숲에 눈을 덮고있는 광경. 이런 모습에 감동받아서, 장시간 산행이 힘들땐 언제나 후회하면서도 다시 찾는 일 이것이 바로 겨울 산행의 참다운 매력이 아닐까? 한 시간은 휠씬 지나도록 음지와 양지를 매서운 칼바람과 햇살로 문지르듯 반복을 거듭 하는 길에 화장실 쯤으로 여겨지는 인가의 흔적이 나타난다.이 시간 쯤에 산속에 머물며 살고 있는 인가의 흔적을 발견한 기분으로 몸은 추워도 마음만은 푸근하다.입술 주위로 방한 파카 깃을 세워 마스크를 삼은 그 포리에스텔 천에 입김이 얼어 있어 옷감 천이 미술 시간에 사용하던 드라이포인트 에칭 동판처럼 딱딱하다.고산의 추위가 엄습하는 한기를 뚫고 나아간 보람으로 우린 발치 멀잖은 곳에 연하천의 산장과 그 주위 부속시설물들을 가까스로 발견한것이다. 

 눈이 살짝 덮여진 채 녹지않은 길이 눈속에서도 흘러 나오는 연하천의 물 길에 의해 잘린 구간이 좁은 빙판이 되어 미끄럽다.그래도 이젠 이 길이 사람이 산다는 정감을 전해 옴은 산행중에 느낄 수 있는 안도감이리라. 파이프관이 얼음속에 길게 내어질러 그 아래에 프라스틱 고동색 용기에 맑은 물이 떨어지는 것을 받아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산은 신비롭기만하다. 이 높은 곳에 수맥을 간직하고서 이 겨울에도 나그네들의 목을 축여주는 일이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보시란 생각이 들게한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이요 지자요수知者樂水란 옛말이  비로소 실감난다. 지친 자에게 안식을 주려하는 모습에서....산은 역시 인자의 반열에 구분 될 것이리라.

 

 이젠 드디어 점심을 먹나보다. 배꼽 시계가 꼬로록하며 2시를 넘었다고 알려주고있다. 꼭 시장기 때문이어서 보다도 추위속에 다소 안심하며 쉴수있는 휴식과 참으로 나누어 먹을 음식을 기다리나보다.하지만 이곳에선 밥도 짓고 라면도 끓인단다.어느 회원이(간부회원인가보다)흘린 정보를 듣고는 속으로 즐겨하고있다. 먹는 것보다 더 더 즐거운 것은 그 것을 기다리며 머리에서 상상해 마음으로 전달하는 시간동안이  아닐까?

 

   연하천(煙霞泉)대피소!
운무에 가린곳 아니면 노을에 가린 산 모롱이에 솟아오르는 옹달샘. 어디서 보면 이 산장이 보일까? 구름과 서산에 걸린 노을이 아름다운 모습.어느 시인이 붙였을 법한 고운이름 하나로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리라.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각 자 자기의 언 손을 스스로 주무르주며 버너와 물을 긷는 회원들을 바라보노라니 이젠 사람이 아름답다란 노랫말이 아니라도 그야말로 사람이 꽃보다 정말 아름답다.하지만 이 모습도 연하의 비경속에 감추지고 말리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