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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1)-나무에 달린 이름표

눌재상주사랑 2008. 11. 25. 09:23

 회원들과 백두 대간 종주를 서너 차례 다녔다
동해 안을 끼고 화방재에서 싸릿재까지 혹은 봉화 늦은목이에서 영월 도리개재등으로 다니던 산행은 숲과 나무. 바람과 햇살을 뒤집어 쓰고서 하늘을 이고 사는 산의 운명을 대간 만이 지니는 엿볼 수 있어서 ,여늬 산에선 느껴볼 수 없는 웅장함이나 그 곳을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가슴 마다에 가득히 그때마다 산에서 얻을 수 있는 포만감에 젖게 하곤 하였다.

 

 하지만 이제 그 대간의 남녘 끝에 위치한 지리산 종주 산행은 우선 그와는 조금 다른  산행이랄 수 있겠다. 그 의미에서나 지리적 양태에서 오는 외관의 크기나 그 산이 품고있는 정서 생태적 섭생등이 우선 다르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지리산! 지리산은 이름도 다양하여 예전부터 방장산 두류산 지이산 등으로  금강산과 한라산을 포함하여 삼신산중 하나로 꼽아오는 산이다. 남원 구례 하동 함양 산청을 아우르는 산으로  전라도와 경상도에 걸쳐서 자리하고 있는 산이다.

 앞서 얘기한 여늬 대간(大幹)길은 동해를 끼고 바다와 경계한 부분을, 내륙과 물을 구분선하며 대간 줄기를 따라 늘어진 산과 평행하여 달려간다 할 수 있겠지만 이 지리산은 남해에 발을 묻고 서해를 넘보는 웅장한 기상으로 이곳에 있는 것이다. 문학과 인문 지리 심지어는 장풍득수하는 자연의 비장처가 됨은 물론 산의 기운도 범상함을 넘어서서인지 심지어는 무속인의 기도처로 혹은 도교, 불교, 유교의 사상을 아우르는 민족의 영산이라 생각한다. 

 

 이제 우리 일행은 그 산을 오르려 하고 있다. 

 지리산 종주! 생각만 해도 내게는 설레는 단어이다.  워낙이 어려서부터 뜀박질이나 필드 종목에 소질이 없어 몸으로 움직이는 일은 기피해온 터라 산행은 늘 고역으로 알아오다가 이제 늦은 나이 지천명을 바라보며 산악회에 가입해서  최근에 와서야 산행에 다소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제는 이 큰 산에 도전하여 종주를 한다는 생각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게는 과거로 부터의 황홀한 도약이며 또 한편으로는 외경으로 다가와 한층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이다.


 처음 우리 산악회 카페에 올라온 지리산 산행에 관해 알림글을 보고 "이번엔 어떤 일이 있어도 만사를 제쳐놓고 동참이다."고 다집을 한 것이 엊그제 일이었는데 드디어 이 날이 와서 바야흐로 당일 새벽이다. 벽두 새벽 시간에 난 늘 만나던 장소로 5시 10분전에 도착했다. 내게 언제나 든든한 반려자인 아내가 태워준 프린스 꼬물 승용차에서 짐을 내리니 만남의 장소는 우리 회원이 운영하는 가게 등산점 앞 공터이다. 가게 사장님인 난향님이 바로 가게 샤터문를 올리며 불을 켠다.

 

 어둠속에서 이곳 주위만 빠끔이 눈을 뜬 듯 우리를 반겨준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는 동안 회원들이 하나 둘씩 모이며 간밤에 각자 있었던 일들을 화제삼아 꺼내며 인사를 주고 받는다.
 연이어 스타렉스 한대가 도착하자마자 뒷문을 들어올린다. 차의 반칸을 접어 짐을 싣도록 설게한  짐칸에다 짐을 싣기시작한다.
각자 베낭 스틱,심지어는 침낭까지도 준비한 짐이니 이번 산행은 비박을 하진 않지만 '바야흐로 프로 냄새를 풍긴다'는 생각을 혼자 속으로 해본다.

회원들이 짐을 꾸려 싣고 준비를 하는 동안에, 처음 본 회원인 마샬님이 밤잠도 자지않으며 준비한 듯 한 그 짐 칸에서 떡국을 끓여와 나누어주고 있었다. 마샬님의 따스한 마음씨와 떡국이 맞아 떨어져 내는 맛이 기가 막히다.시셋말로 하는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모두들 칭찬과 고마음의 인사를 마샬님에게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지금 생각해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마샬님 정말 저도 그 날은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답니다 고맙습니다"

 

 스타렉스 슴합차 한대와 9인승 봉고 승합차 한 대에 나눠 탄 인원은 모두 13명, 이제 새벽을 가르는 차안에선 정담과 일상 생활의 농짓꺼리들을 털어놓으며 차에 몸을 의탁한 채 그렇게 달린다.인간은 모르는 사람끼리도 한가지 일을 같이 하다보면 어느새 동료애나 인정이 생기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나 둘씩 들뜬 분위기는 준비에 몰두한 피로 탓인지 잠을 덜 자고 나온 새벽 시각 탓인지 어느새 어둠속에서 하나 둘 잠에 빠져든다.

차가 거창에서 88고속도로에 올라설 무렵에서야 눈을 뜬 나도  한 숨 눈을 붙였다는 생각을 하다  또 다시 잠을 청하고 차가 지리산 인터체인지를 나와 인월 시내에 들어설 때까지 잠을 보충하였다. 인월면은 아마 남원시에 속하는 지리산 등산길에 관문 역활을 하나보다.우리는 기사식당에 자리를 정하여 아침 식사로 된장 찌게를 주문했다.날이 새면서 본격적인 산행 채비로 부산하다.

 나는 잊지않고 식사후 화장실을 다녀오는 일마져도 준비상황으로 챙긴다.다시 차는 이제 지리산 자락을 오른다. 이렇게 성삼재까지는 차로 오르나보다 구례와 하동을 이재를 사이에 두고 남원에서 오르는 산길이지만 얘전에는 이 길이 걸어서 다니는 유일한 이 지방민들의 주된 통로였으리라.
 밝아오는 여명속에서 굽이 굽이 미궁에 쌓인 산속으로 차는 빠져들고 있었으며 이곳은 이름이 달궁계곡이란다. 사계절 달이 뜨는 녘이면 온 계곡 안에 가득 찬 달빛이 얼마나 넘쳐 나기에 얼마나 휘영청 달빛이 밝았으면 달궁계곡이라 이름했을까! 하지만 지금은 겨울이며 새벽이어서 계곡의 바윗돌과 그 사이로 얼어붙은 얼음골짜구니 마른 가지와 얼씨년스런 집들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서인지 겨울 지리산의 달궁계곡은 추위가 겉으로도 드러나는 그대로 적막 강산이다.

 

 잠시후 우린 드디어 성삼재에 도달한다. 도착하자마자 모두들 각자 베낭을 메고 장갑을 두 켤레씩 껴  입고 마스크를 챙기는 등 회원들의 손길이 바쁘다. 하지만 회장님만은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가야 할 입장이란다.어제 늦게 감기 기운이 발동하더니 밤이 늦어 약도 사먹지 못해서인지 몸이 더욱 무겁고 열이 난다고 한다 차안에서 몇 시간 달려오면서 몸이 조금이나마 회복되면 산행을 하려고 하였지만 도리어 더욱 심해지는 고통으로 도저히 산행은 무리 일 것 같아 결정한 일이란다. 그런 몸을 하고서도 타고온 차를 가지고 끝내 되돌아갔다.  내일 하산 예정지인 백무동에다 차를 가지고 다시와 우리를 기다린단다. 정말로 끊임없이 애를 쓰는 모습이 고맙기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원래부터 책임감이 있는 분이지만 오늘은 같이 산행 할 수없는 아쉬움에다 일부러 고생이 되는 일을 맡아 하는 지라 우리 회원들은 모두 코끝이 찡해 옴에 추위를  달랠 수가 있었다

 

이제 12명의 회원들이 인사를 주고 받는다

"회장님 다녀올께요"

"조심들하세요"

저 멀리 구례쪽 산동네와 남원이 재의 등날에 선 우리 눈에  아득히 밝아오는 여명과 옅은 안개 사이로 아스라히 보이기 시작한다.
두 고장을 연결하며 구름에 갇혀있는 이곳이 성삼재란다. 마음속으로 미지의 산행길을 확인을 하는 중애 급기야는 고산의 추위가 엄습해온다. 이제 차에서 내린 회원 하나 하나에게 지리산의 겨울이 다가오는 것이다. 추위를 이기는 길은 걷는게 상책이라며 난향님은 출발을 종용한다.
"노고단까지는 3~40분하면 올라갈 거예요"

 

 해발 1500m를 넘기는 산중엔 겨울이 얼어 있었으며 올해는 눈이 귀하다.하지만 이곳엔 그래도 얇은 눈들이 간헐적으로 나무 밑둥치나 음지쪽의 관목 가지에 흩어져 있는 모습을 찾아볼수 있어 다행이다. 잔설사이로  마른나무 가지나 줄미역나무줄기 등이 길 섶에 제모습 그대로 얽혀있고 키가 큰 구성나무는 발아래 산죽과 함께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있다.
 

 이렇듯 천연스런 겨울산을 분주히 서둘러 제 일 기착지인  노고단에 도착한다.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개인볼일을 보란다.산장과 화장실 건물이 깨끗하다.화장실은 들어가니 난방이 잘되어 있었다,따끈한 실내의 기온이 우리들 마음을 녹여준다
 자연발효를 시킨다는 화장실엔 냄새가 조금 나긴 하지만 너무 따뜻해서 한 회원이 화장실에서 가기 싫다는 얘기에 전부 한번씩 웃었다
간단한 간식을 나누어 먹고 다음코스인 반야봉을 향한다

 완판본 춘향전에 춘향의 어머니 월매가 반야봉에서 빌어 춘향을 얻었다는 설화가 얽힌 곳, 오늘은 그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 멀리 구름에 갇혀있는 산은 짙은 회색으로 그러는 가운데도 짧은 시간시간 사이로 빗살이 구름에서 새어나와 노랗게 비추기도하는 등 걸어가는 여정동안 기대에 찬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산행에 경험이 없는 나는  속으로 높은 산에서는 기후가 변덕이 심하다던데 눈이라도 쏟아지면 어떡하지 은근히 속으로 근심이 되기도 하였지만 그러는 동안 일행은 어느덧 반야봉 근처에 도착하게된다.

 반야봉 정상에는 오르지 않고  눈길만 준 채 그 아래로 지나쳐 바로 삼도봉으로 간다고 한다. 도중에 돼지령 임걸령이 기다린다 임걸령은 도적의 이름이라고한다. 산행 도중 많은 나무들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지리산은 국립 공원측의 협조를 받은 듯 조흥은행에서 나무의 이름표를 수도 없이 달아 놓았다. 이 이름표가 너무 좋아보여 일부러 되뇌이며 속으로 그 가짓수를 체크해보았다. 사실 겨울 산은 얼씨년스럽고 마싹마른 산갈대나 철쭉 털진달래등이 어우러진 관목들을 보노라면 그 나름대로의 고졸한 정취도 있어 감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계절이 주는 삭막함은 어쩔 수없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고독을 안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나무에 부착한 이름표는 나무를 다시 살아나게한다.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 사소한일처럼 보이지만 아주 마른 나뭇가지 만으로도 무궁한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고있기에 나무에게 인격을 불어넣어준 일이라 여겨진다.

 

 물푸레나무, 이 나무는 물에 넣으면 물색이 푸르러지기에 붙은 이름, 당단풍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며 가을을 만들어주는 주인공이 이 나무 이기에 붙여준 이름이리라.오그라붙은 잎새를 통해 붉디붉은 단풍을 보는듯 상상해본다. 이렇듯 아름답고 예쁜 이름들이 무려 표기한 가짓 수만 60여종. 그 이름들이 너무 아름다워 몇가지를 소개한다.매자 나무과의  매발톱나무 청시닥나무 나리회나무 붉은 병꽃나무 들메나무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도 나란히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등 함박꽃 부게꽃 뽕잎피나무 야광나무 밤이되면 하이얀 꽃이 얼마나 빛나기에 야광나무라 이름하였을까? 이 나무 얘기만 해도 몇 면을 지면으로 할애해야 할지...아무리 읊조려도 지루않은 이름이라 생각한다.


 아뭏튼 우리 회원들과 이렇게 나무 이름표를 읽기도 하고 웃고 얘기하며  본 령의 산과 골짜기를 나뭇가지를 잡고서 당기면서 혹은 스틱에 의지하면서 나아갔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