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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여성-존 화이트 알렉산더-이사벨라와 바질 항아리

눌재 2009. 9. 17. 16:31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인의 안타까움과 절망
존 화이트 알렉산더 ―이사벨라와 바질 항아리
관련이슈 : 명화 속 여성
  • 깊은 밤, 여인은 항아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있다. 초점을 잃고 충혈된 눈에서 안타까움과 절망이 뚝뚝 떨어지는 듯하다. 부유한 지주였던 부모를 여읜 이사벨라는 오빠들과 살면서 하인인 로렌초와 사랑에 빠졌다. 탐욕에 눈이 먼 오빠들은 동생을 부자와 결혼시키고 지참금으로 한 밑천 잡으려 했기에 로렌초를 살해하고 이사벨라에겐 그가 심부름 갔다 돌아오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연인에게 버림받았단 생각에 괴로움을 떨치지 못하던 이사벨라에게 어느 날 로렌초의 유령이 나타났다. 그에게 일어난 일들과 그가 묻힌 곳을 확인한 이사벨라는 로렌초의 목을 항아리에 담고 흙을 덮어 그곳에 사랑의 상징인 바질씨를 뿌렸다. 매일 눈물로 물을 주고 손길로 정성을 기울이자 바질은 무럭무럭 자랐다.

    그런데 시집을 가야 할 동생이 매일 항아리를 끼고 사는 것을 본 오빠들은 동생이 실성해 버린 게 아닌가 싶어 항아리를 훔쳐내 깨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항아리 파편 속에서 나온 로렌초의 얼굴을 확인하자 혼비백산해 달아났고, 이사벨라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중에 실린 전설을 토대로 키이츠가 남긴 동명의 시가 모티브가 되어 19세기 유명화가 알렉산더의 작품이 탄생했다. 같은 주제로 남겨진 작품 가운데 가장 작품의 비극을 극적으로 재구성해 냈다고 평가된다. 길게 뻗은 여인의 옆 모습과 물 흐르는 듯한 옷섶에서 아르누보의 영향이 엿보인다. 여인의 모습에서 눈길을 쉬 거둘 수 없는 이유는, 비극의 무게와는 별개로 그녀의 자태 속에도 숨어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이사벨라는 8등신, 아니 9등신으로, 가히 현대의 컴퓨터 미인인 바비인형과 견줄 만한 초특급 S라인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1959년, 미국 장난감 제조업체인 마텔에서 탄생한 바버라 밀리센터 로버츠, 애칭 ‘바비’는 실로 흠잡을 데 없는 몸매와 패션감각으로 나이와 국경을 초월하여 전 세계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올해로 쉰 살을 맞았지만, 어머니들의 손에서 놀던 때보다 더 세련돼졌다. 소녀들은 코 묻은 돈을 모아 옷을 사고 입히며, 바비같이 자라나기를 꿈꾼다. 그들에게 바비는 친구이자 자신의 미래모습의 이상형인 셈이다.

    호주의 한 연구팀은 바비인형의 체형이 월경을 위해 필요한 최저 체지방보다 20%가량 결핍된 상태로, 건강하지 않을뿐더러 인간이 소유할 수 없는 몸매라고 발표하였다. 바비인형을 실제 여성의 비율로 확대하면 20인치짜리 지나치게 길고 가느다란 허리에 좁은 어깨, 절구통만한 머리 크기의 기형적인 괴물이 된다. 그러니 여성학계에서 바비인형의 비현실적인 몸매가 아직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은 소녀들에게 왜곡된 미에 대한 강박관념을 심어준다고 비판하는 것도 일견 타당하다.

    아름다움의 근본은 건강미이다. 건강하지 못한 아름다움은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킬지언정 주변을 기분 좋게 만드는 아우라를 뿜어내지 못한다. 필자 역시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해 겉은 멀쩡해 보여도 내부가 노쇠해진 몸들을 많이 보아왔다. 무절제한 체중 감소는 피부의 탄력과 생기를 소실하며 노화를 촉진시킨다. 그리고 냉정하게도, 한번 잃어버린 탄력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대가 공감하는 미의 기준이 조금씩 기형적으로 변해가는 요즘, 여성의 아름다움의 근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건강한’ 아름다움의 가치에 눈을 떠야 할 때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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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9.08.27 (목) 19:53, 최종수정 2009.08.27 (목)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