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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가 그린 풍속화 '북원수회도첩' 첫 공개'겸재 서거 250주년' 테마전200

눌재 2009. 9. 17. 16:20
겸재가 그린 풍속화 '북원수회도첩' 첫 공개
'겸재 서거 250주년' 테마전
  • ◇정선의 ‘북원수회도’.
    국립중앙박물관은 겸재 정선(1676∼1759) 서거 250주년을 맞아 8일부터 11월22일까지 테마전 ‘겸재 정선, 붓으로 펼친 천지조화’를 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겸재는 ‘금강전도’(1734)와 ‘인왕제색도’(1751) 등 조선의 산천을 조선인의 눈과 붓으로 화폭에 담자는 분위기에서 18세기 꽃피운 진경산수화풍을 개척하고 확립한 인물. 이번 전시는 진경산수화의 본격 시작을 알린 초기 작품(‘신묘년풍악도첩’)부터 완숙미와 세련미를 더한 말년 작품(‘청송당’)까지 겸재의 진경산수를 중심으로 한 총 30건 142점을 선보인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겸재를 굳이 진경산수화의 대가로만 국한하지 않았다는 것. 일례로 이번 테마전을 통해 최초로 일반에 공개되는 서화첩 ‘북원수회도첩(北園壽會圖帖)’은 풍속화가로서도 상당 부분 경지에 오른 겸재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작품이다. 겸재가 41세 때인 1716년 외숙부의 부탁을 받고 그린 이 작품은 공조판서를 지낸 이광적의 과거급제 60주년을 맞아 열린 북악산 기슭 이광적 자택서 열린 기로회(耆老會·퇴직 선비들의 친목 모임) 풍경을 담고 있다. 사랑채 안에서 벌어진 흥겨운 잔치 모습은 물론이고 사랑채 밖 사람들 모습과 가옥 배치와 풍경까지 세밀하게 화폭에 담았다.

    박물관 측은 “정선의 인물화 중 가장 시기가 빠른 것이며 기록화로서 드문 예”라면서 “정선은 진경산수화의 창안자일 뿐만 아니라 풍속화 분야의 전개에 있어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특별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김홍도와 신윤복 등 조선 풍속화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은 관아재 조영석(1686∼1761)으로 알려져 있지만 관아재의 30년 지기이자 10년 선배인 겸재의 이번 작품이 발견됨으로써 조선풍속화의 시조를 달리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풍부한 관찰과 체험을 바탕으로 하되 주관적 관점과 해석을 중시한 겸재의 화풍은 ‘사공도시품첩’에서도 빛을 발한다. 당나라 시인 사공도의 시론을 그림 22점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세련된 감각과 신선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 올해 성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맞아 지난 80여년간 독일 성 오틸리엔수도원에 보관 중이다가 최근 왜관수도원에 영구 임대 형식으로 반환된 ‘구룡폭’ ‘함흥본궁 소나무’ 등 겸재 작품 21점도 오는 10월 중순 박물관서 첫 선을 보인다. 또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비로봉도’ 역시 최초 공개되고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청풍계도’와 ‘금강내산총람도’는 2주씩 번갈아 전시된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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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9.08 (화) 18:42, 최종수정 2009.09.08 (화)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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