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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씌어 있다. 하지만 그의 묘비명을 문구 그대로 해석해선 곤란하다. 버나드 쇼는 자신의 묘비명과는 달리 열정을 다해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극작가겸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치열하게 활동했을 뿐 아니라 오스카상과 노벨상을 함께 받은 유일한 사람이다. 인생, 긴것 같지만 생각보다 짧다. 지금 과거를 돌이켜보면 얼마 전 대학을 마친 것 같은데, 벌써 30대, 40대를 지나고 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제대로 해놓은 것이 없이 인생의 뒤안길로 떠나야할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억울하고 서글픈 일이다. 그러나 짧은 인생을 길게 보내는 방법도 있다. 하루하루를 알차고 가치 있게 보내는 것이다. 그 가운데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권 출간하기 위해 매일 원고를 써나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한 권의 책으로 인해 미래가 구본형 변화경영전문가나 공병호 박사, 베스트셀러 작가 한비야나 필자처럼 멋지고 풍요롭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자신이 정한 목차대로 원고를 써 왔을 것이다. 필자가 조언한대로 목차를 구성하고 원고를 써왔다면 38~45가지 가량의 꼭지와 원고량은 A4용지로 80~95장 가량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 권의 책으로 만들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자, 필자 생각에는 초고가 완성되었다는 판단이 선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초고에 마침표를 찍어라. 물론 군데군데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필자와 같은 작가들도 어김없이 겪는 딜레마이다. 그래도 연연해선 안 된다. 마음에 걸려 계속 손대다가는 한도 끝도 없다. 훗날 버나드 쇼처럼 자신의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문구가 적힐지도 모른다. 버나드 쇼도 생전에 초고를 일곱 번까지 수정했다고 한다. 그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밤새 집필 작업을 마치고 새벽녘에 잠이 든 버나드 쇼의 방에 그의 부인이 들어왔다. 부인이 그의 원고를 읽고 나서, "당신의 글은 쓰레기 감이에요"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는 태연하게 이렇게 말했다. "맞아. 하지만 일곱 번째 교정을 마친 후에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거라고." 필자가 과감하게 초고에 마침표를 찍어, 라고 한 것은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기 위해서이다. 초고를 완성했다고 해서 그대로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지 못한다. 버나드 쇼처럼 얼마 간 시간을 두고 미흡한 내용은 보완하고 매끄럽지 않거나 오탈자는 교정을 해야 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의 말을 들어보자. "내 영화의 줄거리는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쓰리, 몬스터'의 전체적인 윤곽도 담배 한 대를 피울 동안 세워졌다. 일단 이야기의 윤곽이 잡히면 가능한 빨리 시나리오 초안을 써내려고 애쓴다. 뒤에 가서 어려운 신(scene)이 생기면 시나리오를 다시 정리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빨리 초고를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복수는 나의 것'의 경우에는 20시간 만에 초안을 완성했다. 그런 다음 시나리오를 몇 달 동안 손질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여섯 달 동안 그 작업을 했다. 결국 이야기의 윤곽을 잡는 것은 제트기의 속도로 하고 시나리오 초안은 스포츠카, 그리고 시나리오 수정 작업은 오후 산책처럼 느긋하게 한다는 말이다." 초고에서 모든 것을 마무리하려고 해선 안 된다. 따라서 잘못된 문장이나 어휘가 눈에 띄어도 민감하게 신경 쓸 것 없다. 초고는 말 그대로 처음 쓴 글일 뿐 몇 번의 수정과 교정이 가미되면 버나드 쇼의 말처럼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칠순 피아니스트 이강숙 씨는 생애 첫 소설집을 펴낸 후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격려가 될 것이다. "소설집이 나와서 좋긴 한데, 더 잘 쓸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있고…하여간 계속 써야죠." 얼마 전 엘도라도 출판사에서 시원스쿨닷컴대표이사 이시원 강사가 쓴 '시원스쿨 기초영어법'이 출간되었다. 출간되자마자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동시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되고 있다. 필자와 엘도라도 김유형 대표와 친분이 있는 관계로 지난 주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아마 김 대표도 갑작스런 서점들의 주문 폭주에 적잖이 당황하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여러분이라고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열심히 써다보면 책으로 출간되고 그 책이 뜻하지 않은 순간에 베스트셀러가 된다. 다음 시간에는 자신이 쓴 원고를 어떤 출판사에 투고해야하는지,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맺기 전에 알고 있으면 좋은 사항에 대해 알아보겠다. (작가·김태광마음경영연구소 소장) www.kimvision.com, vision_bada@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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