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만·클라라 부부 '열애의 멜로디' 은은
낭만파 음악 대가 슈만 탄생 200주년 앞두고
삶·음악적 발자취 따라가는 ‘슈만 로드’ 각광
삶·음악적 발자취 따라가는 ‘슈만 로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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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배출한 낭만파 음악의 대가 로베르트 슈만. 2010년 7월 8일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그가 각광받고 있다. 그의 삶과 음악적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일정 ‘슈만 로드’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슈만이 거쳐간 많은 독일의 도시들 중 뒤셀도르프와 라이프치히, 드레스덴은 그의 자취를 전해주는 핵심적인 지역이다. 세 도시에는 슈만의 음악이 흐른다. 그곳에는 슈만이 아내 클라라와 함께 나눈 사랑 이야기가 그의 음악보다도 아름다운 멜로디로 다가온다. 치열하게 생을 이끌어가고, 또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극적인 삶도 되살아난다.
세 도시는 2010년을 ‘슈만의 해’로 지정하고, 1년 열두 달 다양한 콘서트를 준비하기로 했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을 축제가 내년 5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열리는 ‘슈만 축제’. 축제 기간 중인 6월 3일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필하모닉이 뒤셀도르프를 방문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기로 해 국내의 관심도 더 커질 듯하다.
◇중세 유럽의 화려한 문화가 느껴지는 독일 드레스덴의 시가지. 옛 동독 지역이었던 드레스덴은 통독 20년 만에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전쟁으로 파괴된 곳을 10년 넘게 복원하는 작업을 거쳐 2006년 새로 탄생한 ‘성모교회’가 이를 말해준다.
뒤셀도르프. 이곳은 슈만이 음악적 영감을 표현하고 그에 따른 성취를 한꺼번에 경험한 곳이다. 그 성취와 함께 아내 클라라와 마지막 사랑을 불태웠던 낭만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의 숨결이 지금도 느껴질 것 같은 곳이 ‘뒤셀도르프 슈만 하우스 박물관’. 박물관 벽면에 걸린 간판 ‘로베르트와 클라라 슈만, 1852년 9월1일부터 1854년 3월 4일까지 살다’는 문구가 보인다. 이 문구가 극본이라면, 이 집의 정원은 그 배경이고, 피아노 선율은 음향효과쯤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사와 연극은 관객 입장일 관람객이 주체할 수 없는 느낌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슈만 부부의 모습을 담은 그림.
◇드레스덴 인근 공원에 있는 슈만의 흉상.
20년 전 서독에 속했던 뒤셀도르프와 달리 라이프치히는 옛 동독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이곳 관광국의 직원인 스페피도 “옛 동독 사람들은 여전히 순수하다”며 자신의 고향인 드레스덴과 직장이 있는 라이프치히를 동시에 칭찬하는 센스를 드러낸다. 라이프치히는 슈만 부부에게는 고향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슈만은 라이프치히 인근의 츠비카우에서 1810년 태어났다. 그 9년 뒤인 1819년 9월 13일 부인 클라라가 라이프치히에서 생애 첫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동행한 관광국 직원은 “슈만이 20세 청년이었을 때, 클라라는 초등학생 저학년이었다”고 되새겨 준다.
아홉 살의 나이 차이가 슈만에게는 작게 보였던 것일까. 슈만은 스무 살이던 1830년 라이프치히 법대생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긴 부모를 설득한다. 그리고 피아노를 배울 결심을 한다. 슈만의 스승은 클라라의 아버지로, 당시 유명한 피아노 교사였던 프리드리히 비크. 클라라는 아홉 살에 이미 피아노 독주회를 열었고, 슈만은 뒤늦게 배운 피아노를 더 잘 치기 위해 손가락 힘을 강하게 하는 기계를 개발했다가 손가락을 다치고 만다. 슈만이 손가락을 다친 불행을 경험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 채워주는 아름다운 협연의 시작을 알렸는지 모른다. 이후 슈만은 작곡에만 몰두했고, 클라라는 슈만의 명곡을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로 빚어낼 수 있었다.
결혼을 반대한 클라라의 아버지이자 슈만의 스승이었던 프리드리히 비크와의 오래 이어진 다툼. 클라라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부터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두 사람이 법정소송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1840년 9월 라이프치히 근교의 작은 교회에서 결혼을 올릴 수 있었다. 만 21세가 넘으면 결혼할 수 있는 법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라이프치히 근교의 작은 교회. 1840년 슈만과 클라라는 이곳에서 결혼하고 평생을 사랑하기로 약속했다.
슈만은 1844년 이미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했고, 그로부터 5년 동안 드레스덴에서 살았다. 뒤셀도르프와 라이프치히에 비해 드레스덴에서 슈만의 자취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어린 시절 클라라가 연주회를 하기도 했다는 드레스덴 근교의 막센(Maxen) 성과 츠빙거 궁전 뒤쪽의 동상 정도가 슈만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막센 성은 2010년 슈만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유럽 관광객의 이목을 끌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천 방향을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뒤셀도르프·라이프치히·드레스덴=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기사입력 2009.10.08 (목) 18:26, 최종수정 2009.10.08 (목)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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