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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카지노 수입이 얼마나 많기에… 국민들은 세금 한푼 안낸다고 하네요
인구 3만명, 총 면적 1.95㎢에 불과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이 국가가 유럽 각국의 부호들이 즐겨찾는 휴양 도시이자,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관광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데는 그레이스 켈리 왕비의 명성이 든든히 한 몫을 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중해 연안 특유의 축복받은 듯 화창한 날씨와, 화려함으로 무장한 몬테 카를로(Monte-Carlo) 그랑 카지노, 크고 작은 부티크들과 레스토랑,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낳으며 무수한 팬들을 몰고 다니는 자동차 경주 대회 F1(포뮬러 원) 등의 영향도 그 밑바탕이 되어 주었다. 카지노와 관광, 부동산 등을 통해 창출한 수입만으로 국가 운영이 가능해 국민들에겐 세금조차 전혀 걷지 않을 정도라 하니, 이 작은 나라가 가진 커다란 힘과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 매력적인 국가를 방문하는 이색적인 교통 수단은 크게 두 가지. 니스에서 20분 정도 소요되는 모나코 행 열차를 이용하거나, 요트를 이용해 지중해에서 모나코 항으로 입항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코드 다 쥐르의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기차를 이용하곤 하는데, 저렴한 비용으로 반짝이다 못해 눈부시기까지 한 평화로운 지중해 연안의 풍경들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 그 장점이라 하겠다. 할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한 각국의 유명 인사들이나 대부호들은 주로 그들이 소유한 럭셔리한 요트를 이용해 모나코를 찾곤 하는데, 지중해의 따뜻한 햇살 아래 느긋하게 즐기는 요트 여행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임에는 틀림이 없다. 필자는 생 트로페즈(St. Tropez)에서 요트를 타고 지중해를 항해한 후, 모나코 항으로 입항했다가, 하루 관광을 끝낸 후 모나코 역에서 열차를 이용해, 니스 서남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 앙티브(Antibes)로 나오는 루트를 택했다. 지중해에서 붉게 물들어 가는 노을은 한장의 그림 엽서에 버금 간다. 마음까지도 차분하게 만드는 요트에서의 감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모나코 항에 다다르자, 어둠을 밝히기 위해 켜진 항구의 조명과 그 주위로 촘촘히 들어선 주변 건물의 불빛이 하나 둘 반짝이며 낯선 이방인을 반긴다. 작지 않은 항구임에도 불구하고 빽빽히 들어선 다양한 크기의 초호화 요트의 무리에서, 부유함의 상징이 되어버린 모나코 항의 명성을 재차 확인한다. 항구를 중심으로 서쪽 언덕에 위치한 모나코 왕궁(Palais du Prince)과 동쪽 언덕에 위치한 몬테 카를로가 내뿜는 화려한 조명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서서히 찾아든 모나코의 밤을 빛나게 만든다. 명성만큼이나 화려한 몬테 카를로 그랑 카지노(Grand Casino). 1856년 샤를 3세가 공국의 재원 확보를 위해서 카지노를 허가한 이래, 무수히 많은 세계 부호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 곳을 향했다. 모나코는 세계에서 손꼽힐만한 수준의 높은 부동산 시세로도 유명한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수수료 세입과 더불어, 이 그랑 카지노에서의 수입이 오늘날의 부유한 모나코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롤스 로이스, 페라리 등 이름만 들어도 감탄을 자아내게 할 만한 고급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카지노 앞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관광객들로 붐빈다. 카지노 입장료가 1인당 10유로. 캐주얼 차림은 출입을 금하는 터라, 미리 준비한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니 카지노 내부는 고급 사교클럽을 연상케 할만큼 고풍스럽다. 규모는 라스베이가스에 비할 바 아니지만,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와 고객을 대하는 카지노 직원들의 숙련된 매너, 고객의 옷차림이나 베팅 수준 등이 오랜 기간 명성을 쌓아온 최고급 카지노로서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다음 날. 아침 햇살이 찬란한 모나코 항은 고요하게 반짝이던 밤의 정취와는 또 다른 표정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크고 작은 최고급 요트 주위를 거닐며 여유롭게 아침 산책을 즐기다, 정오가 가까워 오자 서둘러 언덕에 위치한 모나코 왕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화 같은 모나코 왕국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왕궁 주위로 난 모나코 시가지를 거닐기 시작했다. 마치 블록으로 지어진 하나의 장난감 왕국처럼 좁다랗고 길게 좌우로 이어진 골목 사이로, 밝은 색상의 아름다운 건물과 분수, 성당, 작은 기념품 가게, 우체국, 젤라토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레이스 켈리 왕비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도 곳곳에 안내판처럼 세워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데, 왕비가 실제로 거닐었던 모나코 시가지를 걷고 있노라면 그녀의 흔적이 고스란히 여기 저기서 묻어나고 있는 듯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왔음을 알리는 듯, 맛있게 구운 피자 냄새가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솔솔 전해 온다. 좁은 골목 틈 사이 공간에 자리한 파라솔 테이블은 이내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고, 신선한 토마토와 채소를 가득 담은 샐러드와 해산물 요리가 식탁 위로 푸짐하게 등장한다. 필자도 때를 놓칠 세라 이 아담한 왕국 골목 한켠에 자리잡고 앉아, 상큼한 로제 와인과 함께 에스카고르(달팽이 요리)와 비프 타르타르(육회)를 주문했다. 작고 동그랗게 구멍난 모양의 전용 그릇에 알맞은 사이즈로 쏘옥 담겨 나오는 에스카고르 요리는 과연 일품이다. 톡 쏘는 머스타드(겨자) 소스가 적당히 머무러진 비프 타르타르도 입안 가득 새콤함을 전하며 혀 끝에 놀랄 만큼 부드러운 감촉을 전한다. 1215년에 지어진 요새를 16세기 들어 왕궁으로 만든 탓에, 모나코 왕궁과 시가지는 방어벽에 둘러싸인 높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는데, 오히려 그런 덕에 모나코 왕궁이 더 동화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지도 모르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언덕에 위치한 왕궁이라니, 어릴적 동화를 읽으며 상상하던 왕국의 모습이 바로 그런게 아니던가…. 10여분 힘들게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올라야 하지만, 그렇게 흘린 땀을 보상이라도 해 주듯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단연 압권이다. 주변보다 높은 지세에 힘입어, 아름다운 모나코 항과 지중해의 풍경을 한 눈에 감상하는 것이다. 이곳 모나코에서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렇게 언덕 아래로 펼쳐지는 모나코 항과 절벽 아래로 모습을 드러내는 퐁비에유(Fontvielle)항의 낭만적인 경치, 그리고 보석 같이 빛나는 지중해의 풍경이란 생각을 해 본다. 푸르른 지중해 물결을 타고, 그림처럼 떠다니는 한 척의 새하얀 요트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시간의 흐름을 잊은 듯 하다. 여행이 일상에서 벗어나,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고,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세상을 향해 내딛는 가벼운 발걸음이라 정의한다면, 그 발걸음이 향할 무수히 많은 목적지 중 지중해 연안의 작은 보석, 모나코 공국도 빠뜨려선 안 된다. 동화에서 보던 자그마한 세상과 그림같은 바다 풍경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에…. (외국항공사 승무원) ohyeri@yaho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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