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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신문 예찬

눌재 2009. 11. 8. 14:28

[매일춘추] 신문 예찬
 
 
 
신문 예찬

나는 상당한 신문 예찬론자입니다. 때와 장소를 가림이 없이 신문을 읽자고 주장하는 신문 전도사에 가깝습니다. 내가 본격적으로 신문을 읽기 시작한 것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남보다 일찍 캠퍼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도서관에 들러 그날 신문을 두루 섭렵합니다. 바쁠 때는 헤드라인만 보고 지나칠 때도 있지만 하루도 들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지식 충전소였습니다.

군에 입대해서도 신문과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았습니다. 보도사병으로 근무하면서 주보를 만든 것도 평소 신문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입니다. 바깥 소식에 목마른 장병들에게 전하는 요약된 신문 정보는 시원한 청량제였습니다. 사회 생활이 시작되고부터 신문 구독 증세는 더욱 심해져 매일 두세 종의 신문은 거의 읽는 편입니다. 특히 지방 신문의 기사는 바로 내 이웃의 이야기여서 더 정감이 갑니다.

오랜 습관대로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대문을 열면 신문은 벌써 도착해 있습니다. 기상이 빠른 독자에 대한 지국의 배려임을 모를 리 없습니다. 예전에는 배달이 늦기라도 하면 지국까지 달려가 신문을 가져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시위(?)가 몇 차례 계속되면 결국 배달 코스가 바뀌고 이사를 해도 알아서 잘 챙겨 줍니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신문 구독자가 줄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시대 변천 따라 바뀌는 취향을 탓할 수는 없지만 한번쯤 뒤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대여섯 개의 신문을 읽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입버릇처럼 "트렌드 변화를 아는 데 신문만한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접하는 기사와 지면을 통해 읽는 것과는 토양의 차이만큼 큰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읽는 데에는 여러 제약이 따르며 정돈된 기사까지 골고루 소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책 한 권 값에 불과한 구독료요 모아두면 소중한 재활용품이 되는 신문만큼 값싸고 유익한 게 어디 있을까요.

TV나 라디오보다는 신문이 우리의 정서를 보다 풍요롭게 해 줍니다. 신문은 폭넓은 정보를 전하는 동시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살아있는 정보 창고입니다. 신문 사설과 칼럼을 오래 읽은 사람은 다방면에 해박하며 말과 글이 조리 정연하고 세련미가 풍겨납니다. 어릴 때부터 신문 읽는 버릇을 기르면 사고력과 논리력이 향상되어 논술 시험에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각종 퀴즈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한두 신문을 매일 정독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책 읽기가 힘들다는 요즘일수록 신문 읽기의 생활화는 보다 강조되어야 마땅합니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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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1월 0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