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및 독서▶/책과 칼럼

[노동일의 대학과 책]낙동강 수운과 수자원

눌재상주사랑 2009. 11. 10. 02:15

[노동일의 대학과 책]낙동강 수운과 수자원
물길이 살길이다
 
 
 
■오철수/고수현, 『낙동강 수운과 수자원』(한동, 2009)

몸의 70% 이상이 물인 인간이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옛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도 물은 늘 풍성함을 담고 있습니다. 물이 있으면 먹을 것이 있고, 먹을 것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는 모두 물가였습니다. 물길이 닿지 않는 곳은 운하를 파고 물길을 내었습니다. 물길이 난 곳에는 풍류와 즐거움이 넘치는 운하문화가 피어났습니다. 중국의 당송문화가 바로 그랬습니다. 지금도 세계에서 이름난 도시 대부분은 크고 아름다운 강을 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 있던 물이 말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있는 물을 가두지 못하고, 가는 물을 속수무책으로 흘려보내기만 했습니다. 수도가 보급되고 지하수 개발기술이 발달하면서 식수에 대한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신작로를 내면서 더 이상 물길이 필요 없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그 중요성을 망각했고, 물과 물길은 우리의 곁을 슬그머니 떠나버렸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물길이 끊어진 하상(河床)은 산업화의 찌꺼기로 가득 찼고, 막힌 물길 때문에 곳곳에서 홍수가 터지고 가뭄이 빈발해졌습니다. 지금처럼 가을 가뭄이 심해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게 되면 반짝 먹을 물을 걱정하는 이가 많아지지만 우리 대부분은 물의 소중함과 절실함에 대해 느끼지 못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물과 물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4대강 살리기’를 정책과제로 내놓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부 영향도 있습니다. 이를 둘러싼 사회적 의견분치와 충돌도 만만치 않습니다. 비용과 효용,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논쟁이 끊임없이 계속되면서 각종 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찬성과 반대가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시기에 오철수 명예교수님과 고수현 교수님이 공동으로 저서 『낙동강 수운과 수자원』(한동, 2009)을 집필하셨습니다. 이 서적은 바로 낙동강 개발에 대한 두 분의 고견입니다. 글의 곳곳에 낙동강에 대한 유별난 사랑이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두 분이 낙동강의 품 안에서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강 살리기’가 ‘나라 살리기’라는 확고한 신념이 바탕이 된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자들은 당위론적 측면에서 강(江)의 존재가치를 나열하고 있습니다. 첫째, 식수를 준다. 둘째, 배수를 해준다. 셋째, 시원한 강바람을 준다. 넷째, 운송능력을 준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이 제시한 낙동강 개발계획이 완성되면 저자들은 시원한 강바람에 요트랑 수상스키를 띄우고 음풍농월할 것이라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륙의 공장에서 세계 곳곳으로 제품을 직송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천 개발은 그 자체가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기 때문에 한국판 뉴딜정책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두 분 저자들의 핵심주장은 물길에 배가 다니게 하자는 것입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리사업이 ‘4대강 정비사업’을 넘어서 낙동강의 수운 도입 단계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부산 앞바다에서 고령, 대구, 구미, 상주 사벌면 퇴강리까지 낙동강 본류 282㎞ 물길에 1천500t급 배를 띄우자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고려, 조선시대에 조곡과 농산물의 운송이 낙동강의 구포, 삼랑진, 진동, 사문진, 왜관, 낙동, 달지진(문경), 마진(예천), 영호진(안동)으로 이어지는 나루터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수문, 수리학적 분석으로도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부산에서 대구시 달성군 현풍까지 140㎞ 구간은 하천경사가 1만2천분의 1로 완만하고, 수량도 안동댐, 임하댐, 합천댐이 있어서 가뭄기간 중에도 하천유지수량을 보유하고 있어서 수심 3m, 저수로 폭 100m 전후의 주운용 수로 개설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전력과 에너지를 전공하신 오철수 교수님과 토목공학을 전공하신 고수현 교수님의 저작은 정성입니다. 두 분의 낙동강 사랑과 나누신 지혜는 대한민국의 발전에 큰 힘과 격려가 될 것입니다.

노동일(경북대학교 총장)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2009년 10월 2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