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윤동주 詩에 흐르는 눈물 | ||||||||||
윤동주의 눈물은 두 개의 「자화상」을 의식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우물 속에 있는 자신」과 「우물 밖에 서 있는 자신」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즉 「나이고자 하는 나」와 「나일 수밖에 없는 나」 사이에서 「나일 수밖에 없는 나에 대한」 미움으로 그의 눈물은 시작된다. 하지만 「나일 수밖에 없는 나」에 대한 미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자화상> 「나일 수밖에 없는 나」에 대한 미움, 가여움과 그리움이 끝없이 교차하고 있다. 그래서 윤동주는 「거울」 앞에서 자신을 닦는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 이다지도 욕될까 / (중략) /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참회록> 거울을 손바닥 발바닥으로 닦는 참회 속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슬픈 사람의 뒷모습」이었다. 「나일 수밖에 없는 나」를 「슬픈 사람의 뒷모습」으로 표현했던 윤동주는 <반딧불>에선 「부서진 달 조각」이라 한다. ‘그믐달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즉, 반딧불=부서진 달 조각=자신의 모습이라고 한다. 반달도 아니고 부서진 달 조각이라 한다. 그러나 소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우러 숲으로 가자’고 한다. 그는 보름달을 꿈꾸며 달 조각을 버리지 않고 주워 모았다. 그래, 「나이고자 하는 나」를 포기하지 말자. 기억하자, 비록 오늘 나의 모습은 반달일지라도, 아니 부서진 조각달이라 할지라도 차오르는 빛임을!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쉽게 씌어진 시(詩)> 마침내 「나이고자 하는 나」는 미움과 가여움의 대상이었던 「나일 수밖에 없는 나」와 손을 잡는다! 이것이 최후의 나의 모습이다! 윤동주에겐 「나이고자 하는 나」가 있었기에 「나일 수밖에 없는 나」에 대한 눈물이 있었다. 자신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거울과 우물과 하늘이 있었고, 양심을 일깨우는 바람이 있었기에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일제 강점기에 힘없이 짓밟히는 무지렁이 같은 이웃과 동포를 향한 사랑의 눈물도 있었다. 이렇게 눈물에 씻기운 윤동주의 시가 내 마음의 별이 되었다. 새해 첫날 밤엔 별을 헤어 보아야겠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풀밭에 누워 별 헤던 그때, 밤하늘에 그렸던 나의 별은 있는지… 그때 꿈꾸었던 나의 모습과 현재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 그리고 나이고자 하는 나의 별을 다시 그리자.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들의 별을 그려 보자. 나는 소망한다. 새해 첫날의 내 모습보다 마지막날의 내 모습이 더 아름답기를, 내 인생의 최후의 날이 석양처럼 가장 아름답기를, 나일 수밖에 없던 내가 나이고자 하는 나와 하나 되기를! 그래서 나일 수밖에 없던 나를 갈고 닦으며 고단한 여정을 순례하는 동안 흘린 눈물들이 누군가의 가슴에 또 하나의 별이 될 수 있기를 나는 간절히 소망한다. 류일윤 글뿌리 출판사 대표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10년 01월 01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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