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및 독서▶/책과 칼럼

서울의 모습 제대로 알고 있나요?부산대 강명관 교수 ‘사라진 서울’ 출간

눌재 2010. 1. 14. 01:19
서울의 모습 제대로 알고 있나요?
부산대 강명관 교수 ‘사라진 서울’ 출간
  • 조선시대에 관한 역사 자료는 부족하지 않다. 자료의 중요성을 알았던 조정과 신하들이 충실하게 기록을 남긴 덕택이다.

    하지만, 서울에 대해 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도 600년을 넘긴 옛 서울의 자료는 부족하기 그지없다. 이는 서울의 모습을 쉽게 복원하기 힘든 이유의 하나가 되고 있다. 더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옛 서울의 모습은 많이 파괴됐다. 알려진 경우만 해도 억울함이 치밀어오른다. 일제는 1909년 창경궁 안의 전각을 헐어내고, 1915
    ◇인왕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경. 인왕산에서 내려다보는 옛 서울의 모습은 차라리 어느 시골의 모습 같다.
    년 조선물산공진회를 열면서 경복궁의 주요 건축물을 뜯어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보는 서울의 상당 부분이 일제강점기 이후의 모습이다.

    본래 모습을 잃어버리기 전의 서울의 모습에 관한 간절함이 없을 리 없다. 그런 서울의 모습은 다행히도 20세기 초의 신문과 잡지에 담겨 있다. 그간 조정에서 주로 담당한 서울에 관한 기록 임무를 새 로 탄생한 매체인 언론이 담당한 것이다. 이들 매체는 사료적 가치를 지니며 옛 서울의 모습을 가득 담고 있다.

    옛 자료에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기록이 많다. 1929년 발행된 별건곤 10월호에는 서울의 옛 지명에 관한 풀이가 있다. 그중 구절이다. “원래 좌포청 터로 말하면 퍽 광활하여 지금 단성사까지도 그 구내로 들었다. 요즘 모든 남녀가 동행을 해서 단성사 일등석에서 활동사진이나 연극 구경을 하면 가장 호화스러운 듯하지만 알고 보면 ‘보두청’(포도청)에 들어가 앉은 셈이다.” 극장으로 이름을 알린 단성사 자리가 원래 포도청이었다는 이야기다.

    옛 서울에 관한 기록 남기기에는 어떤 면에서는 일본인의 공헌이 컸다. 일본인 오다 쇼고가 매일신문에 1916년 6월부터 8월까지 34회 연재한 ‘성벽문학’도 그중의 하나다. 그는 성벽에 새겨진 문자를 토대로 서울의 궁전·대문·성벽의 건축 역사를 되짚었다. 그는 122곳에서 성벽의 문자를 발견하고 102곳의 성벽을 판독했다. 이 판독으로 경성 팔대문과 오대궁문의 유래도 드러난다.
    ◇백악산과 동대문 사이에 자리한 성벽으로 백악산 정상에서부터 휘어져 내려오는 도성을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경성백승’이라는 말도 통용됐다. 당시 동아일보는 1924년 6월부터 8월까지 서울의 아름다운 모습을 50일 동안 2꼭지씩 담은 ‘경성백승’을 연재했다. 서울에 거주하던 이들이 필자로 나서 마을의 모습을 풀어 설명한 글이었다. 원동(지금의 원서동) 모기’에 관한 글이 재미있다. “원동 모기는 한 동리 명물 노릇을 하는 까닭인지 여간 주제넘지 아니하여 지체를 대단히 본답니다. 그래서 계동 모기와는 혼인도 아니 한답니다.”

    ◇서울 도성이 보이는 서울 종로구 창의문 근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옛 사람들. 길에서 만난 듯한 두 사람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의 노고로 이러한 자료가 한 권의 책으로 엮이게 됐다. 신간 ‘사라진 서울’이 그것이다. 20세기 초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해서 글은 ‘20세기 초 서울 사람들의 서울 회상기’라는 부제를 달았다. 오래전부터 서울에 관심을 두었던 덕택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사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균관대 박사 과정이던 1980년대 중반 자료를 보면서 ‘자각(紫閣)’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됐다. 아무리 책을 뒤져도 문맥에 어울리는 정확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은사인 임형택 교수를 만났다. “응, 남산을 자각이라 그래.” 은사의 설명에 강 교수가 깨달았다. 서울을 좀 더 알아야 한다고. 그리고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 관심이 서울 정도 600주년이던 1994년 정점에 달했다. 최근까지도 20세기 초의 서울에 관한 자료를 세세하게 살펴봤다. 그간 학문 연구로 바빠 서울에 관한 글을 쓰지 못하다가, 최근 1년을 투자해 책을 내놓게 됐다.

    강 교수는 12일 전화통화에서 “그간 빛을 보지 못했던 서울에 대한 자료를 풀이하고 해석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신간에 의미를 부여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강 교수가 서울에 관심을 둔 계기는 무엇일까. “자기가 산 고장에 대해서는 일상적이니까 아무래도 관심이 덜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은 수도로만 600년이 된 곳입니다. 좀 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지요.”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  

 

  • 기사입력 2010.01.12 (화) 21:45, 최종수정 2010.01.12 (화)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