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갤러리]
백윤문 `건곤일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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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
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
또 울었을까
소멸이 아니라
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
비문도 미문도
결국 한 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
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부터다
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
마침표 하나,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황규관 '마침표 하나' 전문
출근길에 만난 60대 할머니 기사님 왈. "18년 전 부도를 맞고 택시를 몰고 있는데 지난 연말 개인파산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빚부담이 없어졌습니다. 너무 좋아요. " 생계를 위해 길들여진 '난폭운전'은 바뀌지 않았지만 밝은 표정과 목소리에서 행복이 묻어나오는 걸 살짝 느꼈다. 마침표를 제때 찍지 못하면 문장이 허접스러워진다. 새 문장도 마침표를 찍어야 시작할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무리 비루한 삶이라도 마침표 하나로 희망을 싹틔울 수 있는 것을.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
입력: 2010-01-28 17:52 / 수정: 2010-01-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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