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와 여행▶/고고,미술,문화

[명작, why?] 알베르 마르케/ 밤의 퐁네프

눌재 2010. 4. 8. 22:32

[명작, why?] 알베르 마르케/ 밤의 퐁네프
밤의 빛과 대조, 교묘`환상적인 분위기 자아내
 
 
 
앙리 4세 때인 1607년 완공돼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퐁네프 다리는 인상주의 때부터 풍경화 작품의 주 모티브가 되기 시작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이다. 1980년대 누벨이마주를 주도했던 프랑스의 영화감독 레오 카락스(Leos Carax)가 1991년 제작한 〈퐁네프의 연인들 (Les Amants Du Pont-Neuf)〉의 주요 배경이 되기도 했던 퐁네프는 예술의 도시 파리를 더욱 아름답게 꾸미는 공간으로 세계의 연인들에게 사랑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드니 라방과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퐁네프 다리에서 만난 두 불우한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다룬 영화이다. 화가였으나 점점 시력을 잃어가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걸인처럼 거리에서 살아가는 여주인공 미셸과 곡예사 알렉스가 파리 센강의 퐁네프 다리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결국 행복한 결론을 이루지 못한 채 엇갈린 운명 속에서 서로의 사랑을 새롭게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크리스마스에 두 사람이 퐁네프 다리 위에서 재회하며 결말을 맺는 이 영화는 파리의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거칠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만큼이나 아름다운 파리의 풍경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인상파 주요 화가였던 르누아르와 피사로 같은 작가들은 퐁네프의 역동적인 거리풍경을 인상적으로 담으며 세계미술사의 커다란 변화에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20세기 초반 야수파의 대표적인 화가 알베르 마르케(1875~1947)가 그린 퐁네프의 야경 작품 역시 아름다운 파리의 야경을 유감없이 묘사하고 있다. 마티스, 루오 등과 함께 은사였던 귀스타브 모로에게서 그림을 배웠던 마르케는 포비즘(Fauvism)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사람으로 주목을 받았다. ‘물의 화가’라고 불릴 만큼 강이나 항구를 즐겨 그렸던 그는 마티스와 함께 아틀리에에서 생활하며 같은 모델로 연작을 제작할 만큼 친숙한 관계였다.

사람을 싫어하고 내성적인 마르케는 쉴 새 없이 세계를 여행하며 작품을 제작했다. 그리고 센강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생미셀의 한 아파트를 빌려 퐁네프의 다리를 사계절 내내 그릴 만큼 퐁네프를 사랑했던 그는 파리 풍경의 대부분이 이곳을 담고 있다. 모노톤이 주종을 이루는 풍경화와는 달리 강한 대비를 통해 아름다운 파리의 야경을 담고 있는 〈밤의 퐁네프〉는 그를 대표하는 작품 중 으뜸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화려한 풍광을 담고 있다. 마르케의 색조가 가지는 깊이가 반짝이는 밤의 빛과 대조를 이루며 교묘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2010년 04월 0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