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뿌리를 찾아 화폭에 새긴 60년 여정
서울시립미술관서 오승우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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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친구처럼 다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부처럼 엄하기도 하며 대장부의 영용기상을 길러주는 도장과도 같은 곳이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오승우(80) 화백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백두산, 설악산, 지리산 등 우리나라 130여 개의 산을 직접 올라 그 모습을 화폭에 옮겼다. 무거운 색감과 힘찬 터치로 장대한 산의 모습을 펼쳐낸 그의 대표적 연작 '한국의 백산'이다.
23일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장에서 시작된 '오승우'전은 오 화백이 20세 때 그린 풍경화부터 최근의 '십장생도'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60여 점의 그림을 통해 60년 간의 화업을 정리하는 자리다. 오 화백이 200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을 대거 기증한 것을 기념해 이번 전시가 마련됐다.
한국 서양화의 선구자로 꼽히는 화가 오지호(1905~1982)의 아들인 오 화백은 27세 때 국전에서 특선하고 31세에 추천작가가 된 이래 활발한 활동으로 국내 화단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겨왔다. 그는 특히 시기별로 특정한 주제에 집중하는 작업 방식을 택해왔는데, 그 바탕에는 늘 우리의 자연과 문화가 있었다.
전시는 그가 1950~60년대에 주로 그렸던 불교 소재 작품에서 출발한다. 붉은색과 검정색 등 원색의 대비로 표현한 전국의 사찰과 불상 그림들은 그를 일찌감치 화단에 안착시켰고, 이후 소싸움과 연자방아 등 민속적 소재로 관심을 확대했다. 1960년대 초반의 '꽃과 소녀' 시리즈는 비현실적인 환상의 세계를 담고 있다. 화면 속에서 꽃과 동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부드럽고 밝은 색조가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1980년대에 시작된 '한국의 백산' 시리즈는 이 땅의 뿌리와 기운을 보여준다. 특히 설악산의 사계절을 200호 캔버스 4개에 나눠 그린 작품은 추상화에 가까울 만큼 힘차고 강렬하다. 자금성, 타지마할 등 동양의 고건축물을 담은 1990년대 '동양의 원형' 시리즈를 지나면 오 화백이 2000년대 들어 몰두하고 있는 '십장생도' 시리즈로 전시가 마무리된다.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김우임씨는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스스로의 문화적 근원을 탐구해온 오 화백의 여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정신적 뿌리를 돌이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관람료 700원. 매주 수요일에는 '오승우전과 함께 하는 미술관 데이트'가 진행된다. (02)2124-8800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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