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이상 없나 조심또조심… 로댕의 걸작들 서울서 잠을 깨다
프랑스에서 온 작품 180여점 주위 환경·관람객들의 동선 등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해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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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_로댕'전 개막을 6일 앞둔 24일 서울시립미술관. 2층 전시실에 거대한 나무상자들이 가득 들어찼다. 미술품 전용 포장 박스인 크레이트(crate) 안에 위대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의 걸작들이 잠들어있었다.
전문가들이 드릴로 못을 제거한 뒤 조심스레 크레이트를 열자 그 내부에 다시 하나의 크레이트가 나타났다. 크레이트는 이동과 기후 변화 등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맞춤 제작되는데, 이 속에 들어있는 '생각하는 사람'은 작은 흔들림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는 석고 작품이기에 2중 구조로 감싼 것이다. 때문에 포장을 푸는 데도 두 배의 시간이 걸렸다.
파리 로댕미술관의 복원사 마르셀 몰락은 스태프들에게 "'생각하는 사람'은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동시킬 때 중심을 뒤쪽으로 잡아야 한다"며 "조금만 중심이 흐트러져도 앞으로 쓰러질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작품을 크레이트 밖으로 꺼내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길고 지루한 작업이 이어졌다. 얇은 나무판 하나하나를 대고 빼는 과정을 반복해 수평을 맞춰가며 조금씩 이동시키는 지극히 섬세한 작업이었다.
마침내 '생각하는 사람'이 좌대 위로 옮겨졌고, 로댕미술관 관계자들이 프랑스에서 포장 직전 작품의 상태를 기록한 컨디션 리포트와 한국으로 옮겨진 작품의 상태를 꼼꼼히 비교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브라보!"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관계자들에게서 안도의 한숨과 환희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파리 근교 뫼동에 있는 로댕 작업실에 놓여있던 '생각하는 사람'이 서울에서 잠을 깨는 순간이었다.
청동으로 된 '생각하는 사람'은 파리 로댕미술관의 정원과 뫼동에 있는 로댕의 무덤 등에 있지만, 그 기본틀이 된 석고 작품은 세상에 단 한 점밖에 없다. 이 작품이 프랑스 바깥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송관으로 로댕의 작품과 동행한 로댕미술관 수석큐레이터 나딘느 레니는 "전시 준비는 늘 까다롭지만 '신의 손_로댕'전의 경우 무겁고 큰 대작들, 그리고 지극히 예민한 석고 작품들이 특히 많아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담' '이브' 등의 작품들이 차례로 전시장에 나왔고, 역시 석고 작품으로 높이가 188.8㎝에 이르는 '입맞춤'의 경우 제 자리에 설치되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석고 작품 설치가 인내심과의 싸움이라면, 청동 및 대리석 작품 설치는 무게와의 싸움이었다. 로댕미술관 정원에서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옮겨진 청동 작품 '빅토르 위고'의 경우 무려 2.2톤에 이른다. 이런 작품들은 사람의 힘으로는 이동시킬 수가 없어 보호 헝겊으로 싼 후 특수 장비로 들어올려 좌대 위에 올리는 방식으로 설치됐다.
전시 커미셔너 서순주씨와 로댕미술관 관계자들은 작품이 놓이는 방향과 조명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심사숙고했다. 샤갈, 반 고흐, 르누아르 등 국내 대표적 블록버스터 전시들을 기획했던 서순주씨는 "조각은 회화와 달리 입체 예술이라 공간 설정이 중요하다"며 "작품의 가치를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높이, 방향, 주위 작품 및 환경과의 조화, 관람객들의 동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댕미술관이 소장한 180여 점의 조각과 드로잉, 사진으로 이뤄진 '신의 손_로댕'전은 국내 최초의 로댕 회고전이자 최대 규모의 로댕 전시다. 당초 19일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던 로댕의 작품들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인한 유럽 항공대란으로 파리에 발이 묶였다가, 23일 무사히 서울시립미술관에 입성해 하나하나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신의 손_로댕'전은 29일 오후 5시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리며, 30일부터 8월 22일까지 관객들과 만난다. 전시 문의 1577-8968.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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