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미술관 ‘공식 소장품’도 사라졌다 | |
2년전 주경 ‘인물습작’ 특감불구 끝내 못찾아 미술관, 수사의뢰 않고 7~8명 징계한뒤 덮어 ‘유종하 사건’때 입건된 직원이 당시 출납담당 | |
노형석 기자 | |
“그림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김윤수 전 관장이 해임된 직후인 지난 2008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 내부에 비상이 걸렸다. 연말 소장품 정기 실물 조사과정에서 수장품 대장과 대조해보니 수장고에 있어야 할 작품 하나가 사라졌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감쪽 같이 사라진 작품은 국내 처음 근대 추상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양화가 주경(1905~1979)의 1930년작 드로잉 <인물습작>(26.3×18.6㎝). 일본 유학시절 앞뒷면에 여인의 상하반신 누드상들을 연필로 그린 것으로 1990년대 유족이 기증했다. 2006년 이 미술관의 주경 탄생 100주년전과 대구 기념전에 나갔다가 수장고로 돌아왔으나 그뒤 영문도 모르게 증발한 것이다. 국가미술관 수장고에서 작품이 분실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상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분실 보고를 받은 뒤 특별감사를 벌여 전현직 작품 관리 담당자를 조사하고 수장고를 다시 뒤졌다. 그러나 작품은 끝내 나오지 않았고, 작품이 사라진 구체적인 경위도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 조사는 ‘작품 미확인’으로 결론지어졌다. 미술관쪽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대신 사건을 빨리 종결하는 데 급급했다. 인사위원회를 열어 수집보존팀 전현직 직원 7~8명에게 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서면 경고 등 징계를 내리고, 작품 가액(100~150만원 추정)만큼 나눠 변상하는 선에서 두달여만에 사건을 끝맺음했다. 핵심 책임자인 당시 작품 출납 담당 직원 ㅇ씨는 사건 뒤 직권면직 형식으로 미술관을 떠났고, 당시 수집보존팀장 ㅈ씨는 행정안전부 징계위에 회부돼 별도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술관쪽은 작품을 기증한 유족들에게 분실사실은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분실 확인 뒤부터 특별감사와 변제·징계 등에 이르는 모든 후속 조처가 2009년 2월 중순 배순훈 현 관장 취임 직전까지 ‘조용히’ 마무리된 것이다. 그 뒤 2년여 동안 묻혔던 미술관 분실 사건은 지난 1월 유종하 대한적십자사총재가 편법으로 자기 소장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 맡겼다가 분실해 수사를 의뢰한 사실이 보도(<한겨레>1월17일치 12면, 27일치 10면)되면서 일부 내용이 알려졌다. 유 총재의 그림을 2005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경찰에 입건된 전직 직원 2명 중 하나가 바로 <인물습작> 증발 당시 작품출납담당 직원 ㅇ씨라는 소문이 미술계에 흘러나왔고, <한겨레> 취재 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과연 주경의 그림은 어떤 경위로 사라졌을까. 도난인가? 분실인가? 그림이 액자가 없고 ‘에이(A)4’용지 크기 정도로 작아 다른 작품에 끼여서 나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 작품 분실을 확인한 미술관쪽은 특별감사를 벌이면서 내부 수장고를 거푸 샅샅이 뒤졌지만, 그런 흔적은 일체 확인되지 않았다. 미술관 안팎에서는 “이중 삼중의 출입 장치가 있는 수장고는 외부인들이 전혀 침입할 수 없기 때문에 내부자가 빼돌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뒤늦었지만 정식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출신의 한 미술인은 “국가미술관 수장고 안에서 작품이 분실돼 2년째 찾지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혀를 찼다. 그는 “작품 관리 시스템의 문제는 물론, 도난 등 범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사안인데, 수사의뢰조차 하지 않았다니 놀랍다. 앞으로 누가 미술관을 믿고 작품을 기증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미술관 홍보팀은 8일 이에 대해 “조만간 사건 경위를 정리해 공식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
'◀취미와 여행▶ > 고고,미술,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CEO를 위한 미술산책] 3차원 현실, 화폭에 완벽 재현…르네상스가 만든 빛의 마법 (0) | 2013.08.18 |
---|---|
조선시대 ‘말타족’ 봄나들이… 과부의 춘정 (0) | 2011.10.12 |
[바다에서 건진 우리역사] <6> 800년전 침몰선 비밀의 열쇠 ‘목간’<세계 (0) | 2010.07.07 |
이석주 “유한성이 갖는 아름다움에 대한 헌사”<세계일보>입력 2010.06.21 (0) | 2010.06.23 |
[바다에서 건진 우리역사] <5> 바다와 육지의 경계, 갯벌 (0) | 2010.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