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주 “유한성이 갖는 아름다움에 대한 헌사”<세계일보>
- 입력 2010.06.21 (월) 13:17, 수정 2010.06.21 (월)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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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전 이석주(58) 작가와 함께 북한강변을 거닌적이 있다. 그의 작업실을 찾았을 때였다. 학교(숙명여대) 강의를 빼고는 늘 그는 그곳 작업실에 머물렀다. 마냥 흘러가는 강을 따라 오가면서 그는 모든 상념들을 삭혀냈다고 했다. 이따금 물안개 낀 강변은 무뎌져만 가는 감수성을 일깨웠다. 강물은 언제부턴가 그에게 집착의 부질 없음을 말하기 시작했다. 흘러감을 붙잡지 말고 그저 바라보라 했다. 지금 이 순간의 감사함을 알라고 했다.
“제 작업은 시간의 유한성이 갖는 아름다움에 대한 헌사라고 할 수 있지요.”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시계와 아스라한 풍경, 그리고 한켠에 놓여진 꽃 한송이가 이를 말해 준다.
젊은시절 모든 이가 그랬듯 그도 허무주의에 빠져들었다. “요즘 당시의 그림을 보면 왜 그리 어둡게 그렸는지 모르겠어요.” 그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그림이 밝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는 것이 유한하다고 생각하면 다툴 것이 뭐 있으며, 모든 것이 아름다울 수 밖에 없지요.” 그는 최근들어 시들어 가는 꽃들에 더 눈이 가고 있다.
“사실 우리는 도시적이며 사회적인 시간에 그저 떠밀려 갈 뿐이에요. 시간의 유한성이야말로 이를 통찰케 해 주지요.” 그의 최근작에선 시간을 상징하는 시계 대신 손때 뭍은 책과 명화가 등장한다. 모두가 영원성과 대비된 유한성이 키워드다.
◇한국 극사실주의 회화의 대표주자인 이석주 작가는 “기계적인 메커니즘이 강조된 미국의 하이퍼리얼리즘과 달리 저의 극사실주의는 개인의 정서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고 말했다.
한국 극사실주의의 대표작가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그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에 충분하다. 각박한 도시인의 황폐해진 정서를 촉촉이 적셔주는 회화의 가치를 회복켜주고 있는 것이다.
◇‘사유적 공간’
고인이 된 연극계의 거물 이해랑씨가 그의 부친이다. 30일까지 인사동 선화랑. (02)734-0458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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