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용의 와인으로 읽는 문화사] 지구 반대편에서 맛본 ‘신의 물방울’<세계일보>
- 입력 2010.07.21 (수) 17:16
- 조정용의 와인으로 읽는 문화사
눈 쌓인 겨울의 안데스 산맥… 4000㎞가 넘는 태평양 연안…
-
기다란 비행기 복도에서 무료함을 달래려 왔다갔다 하며 꼬박 하루 이상을 날아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긴 나라 칠레로 가는 길에 횡재를 만났다. 무료함 끝에 벅찬 감동이 찾아왔다. 수도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하기 얼마 전 비행기 왼편으로 보이는 안데스산맥 가운데 유독 봉우리가 솟은 곳이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긴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연방 눌러댔다. 아콘카과. 안데스산맥의 최고봉이며 남북 아메리카의 지붕이다. 10㎞ 상공에서 내려다본 7㎞의 봉우리 아콘카과는 여행자를 멀리서 환영하고 있었다.
◇칠레 대표 양조장 에라수리스 뒤로 보이는 눈 쌓인 겨울의 안데스산맥. 낮게 보이지만 해발 2000m 이상이다. 최고봉 아콘카과는 6972m.
◇양갈비 아사도. 먹음직스럽지만 실제로는 짜서 즐기진 못했다. 칠레 사람들은 고기 요리를 할 때 특히 소금을 많이 쳐서 먹는다.
국내 와인 수입 통계에서 수입량 1위, 수입액 2위를 차지하는 칠레 와인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의 품질이 훌륭해서 애호가들은 칠레의 레드 와인은 즐겨 마신다. 실제로 칠레 레드는 우리 고기 반찬에 썩 잘 어울린다. 하지만 만찬 메뉴에서 보는 바대로 칠레에는 화이트 와인도 있다. 특히 소비뇽 블랑의 품질이 뛰어나다.
◇칠레대사관 상무관 에르난 구티에레스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추천한 이비스 데 푸에르토 바라스(www.ibisdepuertovaras.cl)의 신선한 세비체. 절여진 각종 해산물이 잔뜩 들어 있다.
칠레의 음식문화는 어떨까. 역시 해양 국가답게 다채로운 수산물을 음식 재료로 삼지만 칠레 고유의 음식 가짓수는 다양한 와인의 종류만큼 즐비하진 않다. 칠레는 플랜테이션을 위해 이민 온 여러 민족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혼재되어 있는 게 현실이지만, 인근 국가와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해산물 부문에서는 오랜 문화적 배경을 지닌 페루의 음식문화가 범람해 있고, 고기 부문에서는 쇠고기의 천국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식 바비큐 ‘아사도’가 발달해 있다. 소갈비나 양갈비를 장작불로 서서히 구워내는 아사도는 칠레의 뚝심 있는 카르미네르나 카베르네 소비뇽과 딱 알맞다.
◇한식 페스티벌의 만찬장에 등장한 칠레 전통주 피스코 사우어(Pisco sour)
아직도 칠레 와인에는 카베르네 소비뇽밖에 없다고 생각하는가. 칠레 와인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16세기 스페인에서 들여온 미사용 와인의 재료 파이스(Pais, 혹은 미션)가 칠레 땅을 여전히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스는 피스코의 재료이기도 하지만 벌크 와인 값이 카베르네 소비뇽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에 농부들은 언제든지 파이스를 갈아엎을 준비가 되어 있다. 칠레 와인은 칠레 바다의 매력적인 수산물을 고려할 때 화이트 와인도 매력이 있으니 앞으로는 레드 와인에만 매달리지 말고 청정지역에서 나오는 화이트 와인도 기억하자.
■추천
◇칠레의 대표적인 와인체인 문도델비노의 W호텔점은 다양성과 규모를 고루 갖추었다.
칠레의 간판 와인숍이다. 쇼핑몰이나 비즈니스 거리에 지점을 두고 있어서 접근이 용이하다. W호텔 1층에 위치한 지점은 대형 서점 같은 규모로 칠레 와인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서울에도 이런 규모는 없으며 남미에서도 손꼽히는 크기다. 남미 최초의 마스터 소믈리에 엑토르 베르가라가 책임자다.
◇고급주택가에 위치해 개인 고객 위주로 심화된 와인 쇼핑을 제시하는 와인숍 와인.
아방가르드 와인 문화의 선구자다. 기존 와인숍의 구태의연한 모양을 탈피해 시각적으로 주목하게 한 비주얼 효과가 인상적이다. 지역별로 와인을 늘어놓지 않고, 목적에 맞춰 배열했다. 와인 교육장도 달려 있고, 키친을 마련해 음식을 통한 실용적인 접근을 추구한다. 고급주택가인 알롱소 데 코르도바 거리에 있으며 주변에 멋진 레스토랑이 많다.
글·사진=조정용 와인저널리스트(‘올댓와인’ 저자)
-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취미와 여행▶ > 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정용의 와인으로 읽는 문화사] <14> 칠레 와인행사 (0) | 2011.06.28 |
---|---|
[조정용의 와인으로 읽는 문화사] <13> 로마네 콩티 (0) | 2011.06.28 |
<11> 베토벤 숨결 담은 오스트리아 와인<세계일보> (0) | 2011.06.28 |
남아공 프리이엄 와인 출시 (0) | 2010.07.19 |
샤토 페트루스 한정판매 (0) | 2010.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