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여년 만에 복원돼 전시
지금은 터만 남은 경주시 사천왕사(四天王寺)는 통일신라의 으뜸가는 호국사찰이었다. 문무왕 10년(670) 당나라 군대의 침공을 막기 위해 명랑법사가 밀교(密敎) 의식의 일종인 문두루(文豆婁) 비법을 행한 곳에 문무왕 19년(679) 완성됐다.일제 강점기 이후 사천왕사 터에 대한 발굴 조사가 이뤄지면서 수호신의 부조상(浮彫像)이 조각된 '녹유전(綠釉塼·녹색 유약을 입혀 구운 벽돌판)' 파편들이 발굴됐다. 이 파편은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동국대 서울캠퍼스 박물관 등에 나누어 보관됐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과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가 26일부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공동개최하는 《사천왕사》 특별전은 그동안 출토된 파편이 복원돼 선보인다. 뿔뿔이 흩어졌던 녹유전 파편들이 드디어 하나의 상으로 합쳐진 것이다.
- 경주 사천왕사 터에서 출토된 녹유 사천왕상. 1916년 발견된 하반신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고, 상반신은 2006년 국립경주문화재연소가 발굴·보관하고 있다./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수호신 조각의 정체는 동서남북 사방을 수호하는 '사천왕상(四天王像)'이라는 견해가 유력했지만, 2006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발굴 결과, 녹유전상(像)이 3개만 확인돼 학계를 당혹하게 했다. 다른 상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이 잇따르기 시작했고,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강우방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최근 "문무왕 비문을 보면 경주 김씨는 북방에 위치한 훈 제국(흉노)의 후예임을 천명했기 때문에 북방을 방위하는 다문천상(多聞天像)은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기와와 벽돌·토기·금속제품 등 출토품들이 총망라돼 선보인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054)740-7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