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지리산 종주-북국의 밤,벽소령에서(4)

눌재상주사랑 2009. 9. 13. 03:25

겨울 산이 담고있는 거대한 그 속내의 정념과 얼음 속에서 산이 읊조리는 음울한 노래를 이해하고 음미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된 채,  겨울 산을 찾는 인간은 자연의 내면을 관조하는 기회를 접하게 되지만 이것을 누구나 필설로 표현하는 것이 전부는 아닐것이다.

 

 벽소령 대피소에서는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도 움직이기가 싫다.옷을 몇 겹씩 껴 입어야 만 바깥 볼 일을 볼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일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천지는 밤 바다에 빠져 있는 듯 잠들어 있고 나무 가지와 겨울 산을 싸고 불어 오는 을씨년한 분위기는 러시아쪽 영화에서나 보아오던 그야말로 암울한 시베리아의 설원과 자작나무 숲을 떠올리게하는 벽소령,이 주변은 밤이 되어서는 모두 이렇게 웅크리고 지키며 사나보다...

이 산에 어디서 전기를 끌어와서 밝히고 있는 것일까(발전기를 가동하는 것인가?)

발그레한 나트륨 등불 아래로 가는 눈발이 주변 나뭇 가지에 스쳐서 흩날리는 듯 부단히 빌로도 천보다 더 검고 깊은  밤을 긁어대고 있었다.
 
 소변이라도 볼 요량으로 화장실을 찾았다.대피소 본 건물과 불과 10 여m 거리에 있는 덩그런 통나무 집 바깥 처마형 난간을 딛고 올라서니 발에 밟히는 변기 주변바닥이나 그 용기들은 FRP나 우레탄 재질의 재료를 사용하여 설치하였다. 그래서인지 옆 실에서 볼일보며 드나드는 움직임에 이쪽 공간까지 울룽울렁 바닥이 크게 출렁이며 울리고 있었다.화장실 문은 자유주방형의 문짝이라 들어가며 밀고 나오며 미는 모양을 하고 매달린 채 서부 영화에 출현하는 흡사 카페나 술집 문을 연상케한다,
 대변을 보고 옆 실 사람이 꽝 닫고 나가는 문짝 부서지는 소리는 바람을 싸고 닫겨서인지 벼락치는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보던 볼일은 찔끔 위축이 되는 우스꽝스런 이 모든 경험이 추억이라 또 이 기억을 밀어대며 저절로 혼자 고소짓는 모습은 재밌는 한 장면 모노 드라마의 코믹한 장면을 떠올리게한다, 아뭏튼 산행에서 예외로 느끼게 되는 세심하고 조바심하는 모습은 이런 때 외에는 흔치 않은 일이리라 되뇌어본다.

  

 이렇게 허리 춤을 끌러 볼 일을 보는 일은 이반데니소비치가 수용소 생활하는 모습으로 벌판에 나와 선 느낌이지만 난 이런 곳에서 이 밤에 두번이나 이 일을 경험하며 언 몸을 추스리며 오갔다. 정적 속에 우뚝한 대피소 건물은 칼라 싱글 지붕이 더욱 검게 느껴지는 벽소령.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쯤의 북국의 경치가 이렇지 않을까며 그밤의 북국을 상상한다.
이젠 상상속의 산은 마음에도 주변에도 깃들어 비로소 모든 것이 잠든 밤. 벽소령 외모에 상상이 간다. 그래도 동료들의 코골이을 자장가삼아 재우치며 새우잠을 청하길 여러차례 그런 가운데서도 벽소령에는 새벽이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었다.

 

 4시30분
우리 팀은 30 여명 내무반 산행인들 중에서 제일 먼저 서둘러 새벽 산행준비 상황을 채근하고 있다. 부산히 일어나는 대로 담요를 챙겨 관리실에 반품한다. 난향님은 역시 익숙한 리더로서 벽두부터 만반의 준비를 한다.
"5시까지 밖으로 집결입니다" 랜턴 점검이야 베낭의 짐을 정리하며 긴장감이 감돈다.삼중으로 된 문이어서 세번을 밀어 열어야한다. 안에서 밖으로 통하는 삼중으로 설치된 첫문을 열면 신발장에 가득한 신발을 챙기며 다시 또 하나의 문을 오른쪽으로 돌며 연다.둘째문과 마지막 바깥문사이의 한평은 조금 넘을 듯한 이곳은 이젠 바깥 한기가 스며들며 꽤 공기가 차가웁다. 이곳에선 신발을 내려놓고 끈을 조여 감아본다.동작 빠른 회원이 드나들며 세번째 문이 여닫히자.
바깥 눈 바람과 함께 와락 덮치는 듯 아직은 어둠도 함께 몰려온다. 밖에서 대기하는 조를 짠 회원들의 바쁜 마음이 부산스러워 하는 가운데 피부에 와닿는다.서두르는대로 서둘러도 여장을 챙기는 데에 꼬박 40여분이 소요된 듯 산장을 떠난 시각은 5시 15분, 나는 조금 늦어 5시 25분 회원들의 뒤를 쫓는일이 어둠속이라 다소 조금은 불안하다. 얼마를 따라가니 "나무사랑"님 부부간에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내어준다.

 

다음은 "순이"님 이어서 "별이"님 잠시후 우리 일행을 기다리는 "난향"님 "올빼미"님 건장한 "시원함"님, 엄태석님 이주훈님 "쾌놈"님 "날마다좋은 날"님 "소나무"님 이렇게 맘 속에서 이름을 죄다 외다보니 본의 아니게 내나름의 점검도 끝냈다.

 

 산은 어제처럼 능선이 동에서 깊이 북동으로 외돌아져 앉았나보다.어둠속에서 가늠해보는 짐작이며 추측일 따름이다. 바람이 심하게 요동치는 기세를 나무와 산에 스치는 소리로서 짐작하는 일.어제 나름대로 배운 상식이 맞는 지는몰라도 맘속으로만 어림해본다. 어제 산행에서 겪은 기억에서 바람심한 겨울 산행에 이 지리산의 특징은 능선이 구불어져 하늘과 맞닿은 듯 가르는 상상의 방향은 그 산의 능선이 놓여있는 방향에 따라 바람의 기운과 기온의 차가 오르락 내리락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하천 대피소를 지나며 어렴풋 짐작한 내 나름의 그 상상이다. 동해안 쪽의 대간 길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현상이다.

 

아! 능선이 동북으로 외돌아 놓이는 순간의 코스에 접어드는 듯, 처음엔 여름 장마철에 불어나는 계곡물 소리를 내고있었다. 온 산이 굉음에 쌓이고 그 소리가 와 닿는 순간 머리속에서 ...혼돈이 온다. 이 겨울에 무슨 물소리가 이리 요란할까. 아! 아니야 아니야,바로 밤바람 소리가 겨울 산을 깎아 내리는 큰 굉음이야 이게 바로 겨울 야간 산행이다. 특히나 지리산에서나 들을 수 있는 바로 그것일 것이다.

입 언저리는 파카 깃을 마스크처럼 막아 사용하지만 완전히 바깥 천은 얼어 있고 안으로는 입 안에서 내어뿜는 입김으로 침의 물기에 절어 입술을 누르는 감촉이 갓난 아이의 침이 턱받이에 흐르는 이런 눅진한 불쾌감을 물고는 또 전진! 전진이다!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은 동쪽이어서인지 여명 시간이 가까와질수록 나뭇 가지와 하늘이 얼켜서 아침을 맞이하는 산행. 지금쯤 저 멀리 장터목 쪽은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천왕봉을 오를것이다. 우린 아직도 방금 지나온 덕평봉을 뒤로하고 가야할 칠선봉, 영신봉, 촛대봉, 삼신봉, 연하봉, 장터목 산장 그리고도 제석봉을 남은 길에 앞세운다

이날 우린 세석평전에서 참을 떼우리 듯 아침으로 한 술떠고 이때도 마찬가지로 밥도 하고 국도 끓였다. 아쉬운것은 어제는 빼먹었지만 올빼미님 가져오셨던 상황버섯 술을 아꼈다가 비록 아침이라도 해장술을 한잔하였으면 몸이 누굴누굴하게 잘 들을수 있을텐데 속엣 생각으로만 한다.식당엘 들어선다.횡한 식당에 가득, 바글 바글한 군상들! 주방에, 온 팔도사람들이 다 모인듯 분비는 가운데도 특히 초등학교 삼학년이나 될법한 예산서왔다는 어린이 대원들 얼마나 대견한지를 "꼬마! 꼬모 화이팅". 여기서는 벌써 햇빛에 곱게 물든 산이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세석평전에서는 예전부터 내려 오던 등산객이나 행락객의 무질서한 산행 관리 소홀로 고산 식물 군락지가 황폐하게 무너지다가 이제 공원측의 세심한 관리로 군락지가 회복이 되어가고 있다는 상세한 설명과 가문비나무나 그 이외의 철쭉류와 관목들이 이젠 완연히 산의 모습을 다르게 바꾸어가는 1700M급의 고산이다. 그에 따른 고산식물 설명 표지판... ,산은 모습이 어제와도 완연히 다르다.
날씨는 쾌청!
시야도 오른쪽 먼 산끝에 바다와 강줄기가 희뿌연 아침 안개를 담고 있었다.이제 흩날린 눈발에 곱고 약한 설원이 펼쳐지고 퍼지는 아침 햇살이 한낮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따라 우리도 비로소 호흡을 고른다.몸도 바야흐로 컨디션을 회복하는 듯 조금씩 마스크를 벗어서 얼굴을 내어 놓고서 칠선봉을 지날땐 이주훈선배님이 손가락을 세우며 듬성 듬성 서있는 바위들을 세고 있었다.
"칠선봉이면 분명히 일곱이 될텐데"

 

이제 장터목 산장으로 ..... 점심 전엔 도착 할 것이다
장터목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고 모두들 한마디씩 거들며 다시 행렬은 이동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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