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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초선 든 신선은 무슨 생각을 할까간송미술관 '도석화 특별전'… 단원작품

눌재 2009. 10. 25. 18:34
파초선 든 신선은 무슨 생각을 할까
간송미술관 '도석화 특별전'… 단원작품 등 100여점 전시
  • ◇원숙한 필치의 세련된 선묘를 구사하며 감필(減筆)의 묘를 보여주고 있는 김홍도의 ‘협사수심’.
    단원 김홍도의 작품 ‘협사수심(俠士修心)’은 자그마한 화폭에 담아낸 신선그림이다. 편안하게 언덕에 걸터앉아 마음을 다스리는 검선(劍仙)의 면모를 그렸다. 한 줄기 필선으로 눈과 눈썹 코를 그리고 수염을 길게 늘어뜨렸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오른손에는 파초선을 들어 무릎 위에 자연스레 얹었으며 등에는 칼을 메고 있다.

    두건과 칼로 보아 검선 여동빈을 그린 것임이 틀림없다. 옷자락 외곽은 간결하지만 접힌 쪽과 소매나 하의 끝부분은 먹선을 반복해 넣어 전체적으로 복잡하게 꾸몄다. 두건에 해맑은 색채를 가하고 안면과 옷자락 군데군데에 더 엷은 담채로 적색과 청색의 채색을 넣었으며 바위와 주변을 그보다 짙게 칠해 무게를 느끼게 했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1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여는 도석화(道釋畵)특별전엔 단원 그림을 중심으로 100여점이 출품된다. 도석화는 도교와 불교의 그림을 뜻한다. 대개 신선과 고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이다. 종교적 제한을 넘어 장수와 기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일반적 희망을 담아냈다.

    단원은 우리 이웃들의 모습으로 많은 신선과 보살, 선승들을 그렸다. 진경시대를 대변하는 모습이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은 “진경시대가 난만해지면서 도석화가 유행했다”며 “화원이었던 단원이 도석화를 많이 그린 것은 아마도 정조의 취향이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어느 사조나 초기엔 ‘성실’ 시기가 있고 무르익으면 난만해지게 마련이다. 도석화의 유행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흥미롭다. 02)762-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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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13 (화)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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