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의 달구벌이야기](40)대구의 소주 '금복주' '코로나 자동차' 경품 걸고 홍보 판촉전 | ||||||||||
그 뒤 고려 말엽 몽골군의 침입 때, 그들이 주둔했던 개성`안동`제주 등지에 소주가 전래되어 일반에게 널리 퍼져 나갔다. 그 가운데 안동에서는 뼈대있는 가문의 종부에 의해 ‘안동소주’가 명맥을 이어왔고, 그와 함께 지역의 소주업계가 합동으로 설립한 경북소주공업(주)이 내놓은 ‘제비원소주’가 한 시절을 풍미했었다. 1954년부터 10년 동안은 이른바 ‘소주들의 전쟁’시기였다. 대구에서는 풍국주정(이병철)의 삼성, 명성양조장(권의호)의 명성, 대구음료(박기수)의 금성, 삼미소주(이석룡)의 삼미, 협화소주(최원달)의 칠선주, 산격양조(김재소)의 백구 같은 업체들이 패권을 노리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가 전신만신 백구소주, 오나가나 동백소주, 최고소주 금복주가 3파전을 벌인 끝에 금복주가 패권을 차지하였다. 그 뒤 1964년 들어 심각한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쌀을 가지고 술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였고, 1970년대 초에는 ‘1도(道) 1소주(燒酒)’ 정책을 통해 시장을 통폐합함으로써 전국적으로 10개의 대표 소주만 남게 되었다. 금복주는 1957년 대구시 달성동에서 삼산물산사로 시작하였다. 처음 출시한 상표는 ‘진성소주’였으며, 1960년 금복주의 상징인 복영감 마크가 찍힌 복주(福酎)가 등장했다. 그러자 경쟁업체에서 ‘복주라니, 자기들 소주만 복이 있고 우리 소주는 복이 없다는 말인가’ 하고 반발하자 1963년 금복주(金福珠)로 이름을 바꾸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975년 (주)금복주로 상호를 바꾸었다. 금복주는 홍보 판촉에 남다른 순발력을 보였다. 제1탄은 ‘퀴즈권 광고’였다. 병마개 안에 들어 있는 ‘최고 소주는 금복주’라는 퀴즈권 8개를 모아오면 고급 스테인리스 식기나 자개 상을 주었고, 자연스레 주부들의 관심이 경품에 쏠렸다. 제2탄은 ‘식당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이름난 음식점은 물론, 뒷골목의 구이집까지 판촉 사원들을 보냈고, 간판이 귀하던 시절이라 필요하면 홍보용 간판을 달아주기도 했었다. 1969년에는 엠`비`씨 방송국과 합작으로 인기 연예인들을 불러 도민 위안잔치를 열어 경품을 나누어주었고, 뒤이어 ‘코로나 자동차’를 경품으로 걸고 홍보 판촉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 밖에도 ‘전속 모델의 등장’ ‘일곱 잔 작전’ 같은 다양한 홍보전략으로 애주가들을 사로잡았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애주가들의 취향도 많이 바뀌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막소주가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는 소콜(소주+콜라)`소맥(소주+맥소롱) 같은 칵테일이, 1990년대에 들어서는 소주방이 바람을 일으켰다. 또한 해묵은 옛 이름을 버리고 ‘참소주’라는 산뜻한 이름으로 거듭났다. 그와 함께 맛이 순해졌고, 도수도 23~20도로 낮아졌으며, 아스파라긴 같은 건강에 좋은 첨가제를 넣어 만들고 있지만, 주당들은 그때 그 시절의 쓰고 독한 소주 맛을 잊지 못한다. 소주는 소시민은 물론, 가난한 예술가들이 즐겨 마시는 술이다. 퇴근길에 허름한 술집에 둘러앉은 애주가들, 소주잔을 기울이며 하루의 고단함을 달랜다. 웬만큼 취기가 오르면 ‘마지막으로 한 병만 더’하면서 호기를 부리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시인 백석은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고 토로했다. 또한 시인 양명문은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 명태’고 노래하고 있다. 그뿐이랴. 향토의 시인 목인(牧人) 전상열(全尙烈)은 평생을 소주와 벗하다가 이승을 하직했다.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09년 10월 29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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