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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갤러리] 즉흥 30<대포> / 칸딘스키

눌재 2009. 11. 2. 16:25

[토요갤러리] 즉흥 30<대포> / 칸딘스키
추상화 필수요소 색·형·선의 유기적 결합
 
 
 
제목: 즉흥 30<대포>

작가: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1866~1944)

제작연도: 1913년

재료: 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 109.2 × 109.9㎝

소재지: 미국, 시카고, 시카고현대미술관

칸딘스키는 1909년부터 13년 사이에 34점의 <즉흥> 시리즈를 제작하였는데 이 작품은 1913년에 제작된 이 시리즈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선과 색의 유기적이고 유동적인 결합이 화면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나 <대포>라는 부제(副題)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구체적인 형상도 보이고 있다. 물질주의적 세상에 잃어버렸던 정신성을 다시 도입하는 것이 예술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생각한 칸딘스키는 회화는 물질성이라는 ‘객관적 외피’ 속의 정신성이라는 ‘주관적 본질’을 재현하여야 하며 이러한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색, 형, 실제적 소재라는 3개의 기본적인 회화요소를 주장한다.

칸딘스키는 회화는 기본적으로 형과 내용이라는, 즉 외적 요소와 내적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는데 외적 요소는 물리적 존재로서의 작품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내적 요소들이 물질화된 것이다. 반면 내적 요소는 비물질적 내용으로서 바로 정신성이라고 하는 대상의 영혼의 ‘울림’ 또는 ‘반향’이며 동시에 예술가의 감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이미 추상적으로 존재하며 작품으로 화(化)하기 위해서 물질화되어져야 한다. 따라서 작품은 형과 내용의 분리될 수 없는 융합이며, 또한 형은 추상적 내용의 물질적 표현이므로 내용이 형태를 규정한다.

그렇다면 추상적 내용이 어떻게 물질화되는가? 예술가의 관조에 의해 대상의 정신성은 자신을 단단하게 감싸고 있던 물질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관조자에게 울림(resonance)으로 다가온다. 이 울림은 작가의 내부에서 공명을 일으켜 작가로 하여금 이를 물질화(작품화)하지 않을 수 없는 충동을 유발시키는데 이것이 바로 칸딘스키가 주장하는 ‘내적 필연성’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내적 필연성은 공명을 통해 대상과 일체화된 작가가 자신의 영혼을 물질화하도록 하는 욕구이자 동시에 스스로 완성되기 위해 작가에게 강요하는 대상의 욕구라고도 할 수 있다. 칸딘스키는 이 필연적인 욕구를 설명될 수 없는 충동이며 육체와 정신 사이의 한계에서 파생되는 흥분의 심리적 표현이라 파악한다.

이 그림은 본질적으로 선과 색채의 하모니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저서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에서 잘 설명되어 있듯이 색과 선, 그리고 형태들은 각각 고유한 자신의 울림이 있다. 그의 그림에서는 일반적으로 색의 울림이 선의 울림보다 우월하며 선의 울림이 색의 울림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사물의 구체적인 형태도 희미하게나마 찾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림과 마찬가지로 사물도 물질성이라는 형식 안에 정신성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므로 완전한 추상은 영혼이 없는 장식일 뿐이며 외적 리얼리티는 항상 암시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구체적인 대상에서 출발하여 화면에서 재현적인 성격이 거의 사라지고 울림만이 남을 때까지 대상을 지워 나간 것이며, 오직 색·형·선의 고유한 울림과 이들의 관계 즉, 서열·배치에 따를 변형, 구성의 동세(動勢) 안에서의 조화와 대조 등 추상화의 필수적인 요소들이 작품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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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0월 3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