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잠든 한국 유물…수월관음도·청자 등 2천여점 수장고서 '낮잠'
문화재 강국 프랑스를 가다 (上)
기메박물관은 1천여점 소장
세브르의 도자기는 복원 필요
한국정부, 해외유물 파악 부실
기메박물관은 1천여점 소장
세브르의 도자기는 복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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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기메박물관 지하 2층 한국 유물 수장고에서 이 박물관의 피에르 캄봉 수석 학예연구사가 수월관음도(뒤쪽)와 고려청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는 문화재의 나라다. 세계 3대 박물관인 루브르를 비롯해 파리에만 57개의 박물관이 곳곳에 퍼져 있다. 전국을 합치면 1216개(2012년 말 현재)에 달한다. 회화와 조각 등 문화유산과 명소가 많아 작년에 88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렸다. 개선문과 팡테옹 등 100여개 유적을 관리하는 필립 벨라발 프랑스 국립문화유적센터장이 “문화유적은 관광산업을 지탱하는 ‘프랑스의 석유’에 해당한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과 일본 등 동양 문화재를 소장한 박물관을 프랑스에서 꽤 많이 볼 수 있다. 17세기와 18세기에 시누아즈리(chinoiserie·중국풍 예술)와 자포니즘(japonisme·일본풍 예술)이 유럽 귀족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문화재는 얼마나 있을까.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집계한 프랑스 소재 한국 문화재는 6곳 1587건, 2896점(2013년 11월22일 현재)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문화재들이 파리 박물관 곳곳에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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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르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한국 유물.
국립문화재연구소의 ‘국외소재 한국 문화재 현황자료’에는 세브르박물관에 150건 163점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실제로는 전시유물까지 합쳐 250여점이니 90여점 차이가 난다. 이 박물관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정수희 문화재복원전문가는 “수장고에 있는 유물을 국가별로 분류하면서 한국 문화재를 더 발견했다”며 “이 유물들은 보존·복원 처리가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스테파니 부이예 세브르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한국 유물은 대부분 콜랭드 플랑시 초대 주한 프랑스 대사가 재임 당시 고종황제 등에게 선물받거나 수집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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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메박물관 3층 한국관에 전시된 천수관음상.
캄봉 학예사는 “1999년 한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유물 실태조사를 나와 소장 목록 등을 교환했다”며 “그러나 작년에 고려청자를 영국 소장가로부터 사들이는 등 그동안 100여점을 더 구입했는데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목록 추가 조사나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기메박물관 3층에 있는 한국전시관에 들어섰다. 신라 금관과 고려청자, 천수관음상, 조선시대 김홍도의 8폭 풍속화와 퇴계 이황의 서예작품 등 국보급 유물이 눈에 들어왔다.
캄봉 학예사는 “총 4만5000여점의 유물 가운데 17, 18세기에 들어온 중국과 일본 유물이 각각 1만5000여점으로 가장 많고 1000여점의 한국 문화재는 1890년대부터 프랑스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유물의 숫자보다는 퀄리티가 중요한데 기메박물관에 있는 한국 유물은 퀄리티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에펠탑 동쪽 옆에 있는 캐 브랑리박물관은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의 유물 71만1878점을 소장 중이다. 민속박물관인 이곳은 조선시대 궁중의상과 버선 등 한국 유물 699점을 보유 중이다. 이 가운데 전시된 것은 아시아관에 걸린 저고리 세 점뿐이다.
파리=글·사진 최명수 문화부장m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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