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흔적' 살리는 예술품 치료…티치아노 그림에만 7년 넘게 투자
- 2013-11-26 A36면
문화재 강국 프랑스를 가다 (下) 유물복원 '베네치아 헌장' 지켜라
한국은 어떤가
숭례문 고작 5년 만에 복원…결국 부실 자초한 셈
전문가 육성은…
파리1대학 박사과정 신설…문화재학교는 5년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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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립박물관문화재복원연구센터 3층 가구복원실에서 캬홀린 토마 학예사(왼쪽)와 프레드릭 르블렁 복원전문가가 복원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남서쪽 건물에 자리한 국립박물관문화재복원연구센터(C2RMF). 지난 15일 이곳 2층에 들어서자 가로 3.85m 세로 1.96m짜리 유화 ‘파르도의 비너스’ 복원작업이 한창이었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베첼리오 티치아노가 그린 이 작품은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돼 있다가 니스칠한 표면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고 곳곳이 갈라져 2010년 이곳으로 옮겨졌다.
회화복원 책임자인 클라리스 델마는 “변질된 표면의 니스칠과 덧칠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한다”며 “앞으로 3년 더 복원한 뒤 2016년께 루브르박물관에 다시 전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림 하나 복원하는 데 걸리는 시간(약 7년)이 숭례문 복원기간(5년2개월20일)보다 길다. 1998년 복원·보존 관련 연구소를 통합해 설립한 이곳은 1219곳에 달하는 프랑스 전역의 국립박물관 소장품을 관할한다.
바로 위층 가구복원작업실에선 전문가 세 명과 학예사 한 명이 18세기 일본식 옻칠가구를 복원하고 있었다.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썼다는 이 가구 역시 루브르박물관 소장품이다. 먼지와 이물질을 제거하고 금속 장식을 복원했지만 조그마한 자개가 손실된 것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한다. “떨어져 나간 조그만 자개 조각을 역사의 흔적으로 판단해 그냥 두기로 했다”는 게 마크 앙드레 풀랑 복원담당자의 설명이다.
복원작업뿐 아니라 박물관 소장품이 잘 보존되도록 하는 예방보존연구도 진행된다. 이 센터 지하 2층에서 근무하는 미셸 드 비제는 전국 주요 국립박물관의 온도와 습도, 공기흐름을 체크하고 작품을 해외에서 전시할 때 모든 과정을 주관한다. 바로 밑 지하 3층에는 세계 유일의 문화재 분석 전용 선형입자가속기(AGALE)가 설치돼 있다. 세 명의 엔지니어가 이 기계를 가동해 유물의 성분을 X선과 감마선 등으로 훼손 없이 분석해 낸다.
이 센터는 국제역사기념물건축가협회가 1964년 5월 선언한 ‘베네치아 헌장’을 지키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베네치아 헌장은 “문화유산 복원은 예술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만 가능하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고증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여야 하며, 유물에 손상을 주지 않는 최소한의 처리과정만 거친다”는 내용이다. 이 센터가 복원기간을 충분히 길게 잡고, 입자가속기 등 과학기술을 동원하면서도 ‘역사의 흔적’을 유지하는 것은 베네치아 헌장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에서 문화재 보존·복원전문가를 양성하는 양대 축은 국립문화재학교(INP)와 파리1대학 문화재보존복원학과다. 지난 12일 파리북쪽에 있는 INP를 찾아갔다. 왼쪽 실습동 2층 조각유물복원실에서는 아날렌드 송살론느(27)가 두 동강 난 조각품을 복원하기 위해 유물 상태 확인과 재질 조사 등을 벌이고 있었다. 바로 옆 금속복원연구실에서는 재질이 프랑스 어느 지역에서 나온 것인지 분석한다.
3만여건의 문화재 보존·복원 관련 서적을 소장한 도서관도 있다. INP의 문화재복원과정은 5년제 석사인정과정으로 월·화·수요일엔 복원윤리 등 이론수업을 하고, 목·금요일 이틀만 실기를 가르친다. 고고미술사 역사 화학 등 관련 학사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을 주로 선발한다. 이 학교 학생 수는 현재 86명이다. 매년 신입생 17~18명을 뽑는데 150명이 지원한다.
파리=글·사진 최명수 문화부장 m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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