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및 독서▶/시,수필 산책

포도

눌재상주사랑 2019. 10. 3. 11:34



 




포 도

 

                                                                             눌재 강 창 모

 

우리 식구 일곱은 남의 아래채에 살았다.

포도는 샘가 평상위에서,

푸른 그늘아래 매달려 거꾸로 자란다.

평상은 주인집 본 채 뜨락에 맞대고 있다.

여름이면 다섯살박이 여동생이 샘가에서

가는 목에

올려다 보며 침을 삼키느라 

울대를 드러내곤 했다.

 

 

그 여동생이 자라 시집을 갔다.

여름이면 새신랑 함께 포도를 한 상자 담뿍 안고서

어머니를 찾아온다.

평상이 있는 마당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 포도를 먹는다.

새 신랑인 제매가 남다르다.

포도를 씨째 먹는다.

와그작, 와그작큰 입으로, 소리가 들리도록 씹어서 삼킨다.

그가 하는 말 포도는 씨에 영양분이 다 있심더!”

천생 대구 사람이다.

 

만한 새신랑 제매와 여동생이

지금은 태평양 한 가운데 있는 나라

필리핀으로 간지 이십년은 되었다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늘 해는 바뀌지만

여름이면 포도는

녹슨 가지를 쥐고서 어디에서든 거꾸로 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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