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도
눌재 강 창 모
우리 식구 일곱은 남의 아래채에 살았다.
포도는 샘가 평상위에서,
푸른 그늘아래 매달려 거꾸로 자란다.
평상은 주인집 본 채 뜨락에 맞대고 있다.
여름이면 다섯살박이 여동생이 샘가에서
늘
가는 목에
올려다 보며 침을 삼키느라
울대를 드러내곤 했다.
그 여동생이 자라 시집을 갔다.
여름이면 새신랑 함께 포도를 한 상자 담뿍 안고서
어머니를 찾아온다.
평상이 있는 마당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 포도를 먹는다.
새 신랑인 제매가 남다르다.
포도를 씨째 먹는다.
“와그작, 와그작” 큰 입으로, 소리가 들리도록 씹어서 삼킨다.
그가 하는 말 “포도는 씨에 영양분이 다 있심더!”
천생 대구 사람이다.
그 山 만한 새신랑 제매와 여동생이
지금은 태평양 한 가운데 있는 나라
필리핀으로 간지 이십년은 되었다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늘 해는 바뀌지만
여름이면 포도는
녹슨 가지를 쥐고서 어디에서든 거꾸로 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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