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테라 섬으로의 출범
작가: 장 앙토완느 바토(Jean Antoine Watteau: 1684-1721)
제작연대: 1717년
재료: 캔버스 위에 유채
크기: 129×194cm
소재지: 루브르미술관(프랑스 파리)
18세기 유럽은 사상적으로는 이성만능의 시대이며 사회적으로는 향락추구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귀족계급과 더불어 부르주아계급이 지배층의 일원으로 부상하면서 이 두 계급이 격렬하게 대립하던 시대이다. 미술사에서는 바로크미술을 기반으로 당시 현세 향락적인 사회분위기를 반영해 독자적인 특성을 더한 로코코 미술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흔히 영어식 발음인 와토로 불리는 이 그림의 작가 바토는 1717년 학위작품으로 이 작품을 제출했다. 이는 이전의 어떠한 정규적인 틀에도 맞지 않는 새로운 그림으로, 곧 페트 갈랑트(즐거운 축제)라는 명칭을 획득하며 제도적으로 수용되어 우미 경쾌하며 S자의 곡선과 비상징적인 장식 및 이국취미를 그 특색으로 하는 로코코 회화의 전형을 이룬다.
잘 알려진 대로 이 그림의 주제는 사랑이다. 그림 내용은 제목과는 달리 몇 쌍의 연인들이 키테라라는 섬에서 유희를 마치고 바다를 건너 돌아가려는 상황임을 보여 주고 있다. 키테라 섬은 그리스 신화에서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비너스)가 태어난 곳이다.
이곳에 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하는 지중해에 있다는 전설의 섬이다. 그림을 살펴보면 화면 왼쪽에 멀리 보이는 배에 연인들이 오르고 있으며 꼬마 천사들은 그들을 에워싸고 있다. 오른쪽 큰 나무 아래에는 비너스의 조각상이 있으며 그 발치에는 책과 무기들이 버려져 있는데 이는 사랑이 지식이나 폭력보다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각상 아래에는 푸른빛이 감도는 흰 드레스에 붉은 겉옷을 입은 여인이 연인인 남자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그 옆에 있는 커플은 막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고, 화면 중앙의 지팡이를 들고 있는 뒷모습의 남자는 오른손으로 여자의 허리를 잡고 재촉하는 반면 여인은 머뭇거리며 뒤를 바라보고 있다.
이 장면은 사랑의 단계를 나타낸다. 즉, 남녀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사랑의 시작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연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관계이며, 뒤를 돌아보는 것은 사랑의 후회를 상징한다.
그의 화풍은 대부분 루벤스의 영향 위에 기초하고 있듯이 이 그림도 루벤스의 '사랑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루벤스의 그림이 역동적이며 화려하고 명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면, 바토의 그것은 쾌활함 뒤에 깊은 우수가 감추어져 있다. 이는 행복은 본질적으로 덧없는 것이라는 의식을 작품 주제로 즐겨 사용했던 바토의 대표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권기준(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과 교수)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